[편집자註] 모건 스탠리의 스티븐 로치는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와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지속적 달러자산 매입 과정을 일종의 담합 과정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런 담합과정에서 금리가 억제됨으로써 미국 소비가 촉진되고 반면 달러 매입을 통한 자국 통화 약세로 아시아의 수출이 촉진된다. 뉴 패러다임 진영은 달러 블록, 국제 금융시장의 기적 등을 들어 불균형 심화를 새로운 세계질서론으로 옹호한다. 반면 로치는 미국의 경상수지 악화로 인한 보호주의 움직임, 중국 경제의 인플레 가속 및 경착륙 위험, 달러 약세 부담이 가중되는 유럽 경제 부진 등을 지목하면서 뉴 패러다임론을 공박한다. 그는 1980년대 후반 발생했던 달러 급락이 조만간 발생하고, 중국경제가 글로벌 불균형 조정의 서막을 장식할 것으로 전망한다(原題: "Global: Collision Course," Morgan Stanley, 9/27).
담합과 글로벌 불균형 리스크 심화
세계 경제는 담합 상태에 있다. 오랫동안 글로벌 성장 및 자금 지원에서 주요 엔진 역할을 수행했던 미국이 국내 저축 소진으로 이제 나머지 세계의 잉여저축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중국 등 동아시아 중앙은행들은 미국이 최후로 기댈 수 있는 자금 공급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그들은 자국 경제들의 고조되는 긴장과 점점 심각해지는 리스크에 직면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지속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이런 추세와 함께 이런 불균형이 영속할 수 있다는 설득력 있는 근거들을 제시하는 일군의 '뉴 패러다이머들(new paradigmers)'이 등장하고 있다. 그것은 이런 부정이 아마도 조만간 붕괴될 것이란 일반적 신호이기도 하다.
미국 경상수지 및 대외 채무 악화
불행히도 고조되는 미국 불균형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2003년 0.4%까지 하락했던 순국민저축률이 올해 중반 고작 1.9%로 반등하는 등 이례적인 국내 저축 부족을 반영하면서 미국은 경제성장을 위해 해외저축을 수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2/4분기 GDP 대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5.7%로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도 이상치 않다. 물론 미국이 상당 기간 동안 경상수지 적자 문제를 안고 있었으나, 최근 그 특징 변화에서 불길한 징조를 읽을 수 있다.
우선 미국 경상수지 적자는 생산 능력 확대에 기여하는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 때문이 더 이상 아니다. 2003년 기업 부문의 신투자는 2000년 수준에 비해 여전히 60%에 머물고 있다. 한편 정부의 총저축률은 2000년 말 2.4% 흑자에서 올해 중반 3.1% 적자로 반전되었다. 같은 기간 동안 과도하게 확장된 미국 소비자들의 저축이 소진된 가운데 올해 7월 개인 저축률이 사상 최저인 0.6%로까지 하락했다. 요컨대 미국은 외국의 흑자 저축을 수입해서 양호한 성장을 지탱하는데 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대신 끊임없이 악화되는 재정적자와 미국 소비자들의 초과 지출을 위해 세계 흑자 저축 가운데 80%를 소비하고 있다.
미국의 고조되는 불균형의 국제 금융적 함의도 마찬가지로 경이적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세계 최대 채권국이었다. 1980년 3,600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던 미국의 국내 純투자 포지션은 2003년 말 현재 미국 GDP의 24%에 해당하는 2조 4,000억 달러 적자로 반전되었다. 물론 이처럼 세계 최대 채권국에서 세계 최대 채무국으로 전락한 것은 해마다 악화되는 경상수지 적자의 직접적 결과이다. 그리고 특히 지난해 경상수지 악화 때문에 미국의 純국제채무는 올해 말까지 GDP 대비 28%에 이를 전망이다.
미국이 경상수지 문제를 신속하게 처리하지 않을 경우 대외채무는 눈덩이처럼 빨리 늘어날 것이다. 그 최상의 전망치는 뉴욕대학교의 누리엘 루비니와 옥스퍼드대학교의 브래드 셋서 의 최근 논문에 제시된 바 있다. 저축과 경상수지에 관한 3가지 시나리오에서 루비니와 셋서는 2008년까지 GDP 대비 미국 순채무가 40∼5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것은 결코 경시해서 안될 결과이다. 루비니와 셋서는 올해 수출 대비 미국 순채무가 30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참고로 위기 전 채무 對 수출 비율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서 400%를 기록했었다. 물론 미국은 바나나 공화국(banana republic)과 거리가 멀다.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달러자산 매입
그러나 이것은 사태의 반쪽일 뿐이다. 모든 채무국에 대해 항상 채권국이 존재한다. 인기 있는 인사들은 미국의 생산성 기적 때문에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지칠 줄 모르는 수요를 갖고 있는 수익 기근 세계에 대해 언급한다. 그러나 실제로 민간 부문에서 달러 자산 수요가 소진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격감하고 있다.
2003년 대외 FDI가 대내 FDI를 1,340억 달러나 초과했는데, 이는 대내 FDI가 대외 FDI를 1,600억 달러나 초과했던 2000년 실적과는 상반된 것이다. 그리고 외국인들의 미국 주식 매입도 고갈되고 있다. 올해 처음 7개월 동안 외국인들은 월 평균 6억 달러의 미국 주식을 매입했는데, 이는 거품 때의 피크였던 146억 달러는 물론이고 거품 이후인 2001∼03년 매달 57억 달러에도 크게 미달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년 동안 호조를 보였던 미국의 생산성 향상이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들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미국 채권에 대한 외국인 수요가 대외 자금 조달의 주요 경로가 되고 있다. 그것은 열광적인 외국인 민간 투자자들에 의한 끊임없는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 움직임이라는 일반적 믿음과 달리 상이한 동기를 갖는 외국 정부의 정책에 점차 의존하고 있다. 올해 7월까지 11개월 동안 외국인에 의한 공식적인 美 증권 매입은 달러의 순유입 가운데 35%나 점했는데, 이는 장기적 추세보다 배나 많고 2000∼02년 7.6% 비중에 비해 4.5배나 높은 것이다.
이 경우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큰손이었다. 내수가 부족한 아시아는 수출 주도 경제를 보조하기 위해 저렴한 통화를 필요로 한다. 미국의 악화되는 경상수지 적자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초과 달러 수요 압력을 고려할 때,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자신들이 축적한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달러 표시 자산으로 재순환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달러가 약세가 되고 자국 통화들은 강세가 될 것이다.
현재 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은 세계 보유액 가운데 80%나 되는 2조 2,00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BIS 자료에 의하면 2003년 말 현재 달러 표시 자산이 이들 보유액 가운데 70%를 점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을 고려할 때, 아시아의 외환보유액과 달러 표시 자산 수요가 앞으로 몇 년 동안 더욱 급증할 것이다.
일본과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각각 8,250억 달러, 4,80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통합할 경우 양국은 아시아 외환보유액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말할 것도 없이 그처럼 막대한 달러 보유에도 불구하고 달러 약세가 지속되려면 포트폴리오 손실이 막대해질 것이다. 세계 준비 통화 공급국으로의 미국 역할은 달러 약세나 막대한 포트폴리오 손실에 대한 특별한 면책 조항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다. 이것은 1980년대 후반 발생하였고 멀지 않은 장래에 발생할 공산이 클 것이다.
뉴 패러다임의 달러블록 주장
이제 뉴 패러다임 진영은 이런 추세가 새로운 세계질서를 입증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것을 중국, 홍콩, 말레이시아 등 달러 연동 국가들과 일본, 한국, 대만 등 연성 달러 연동(soft-pegged) 국가들을 포함한 새로운 '달러 블록(dollar bloc)' 지역으로 언급한다. 이런 논거는 미국 경상수지 적자를 유지하는 것이 아시아의 최상 이익과 부합한다는 전제에 입각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아시아는 통화절상 리스크에 직면하게 되는데, 이는 자신들의 수출 주도 경제에 자살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중국이 점차 주도하는 아시아에서 추가되는 왜곡이 존재한다. 위안화의 달러 연동이 불변인 한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경제들은 對中 경쟁력 저하를 원치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불균형에 대해 자금을 제공하는 汎아시아적 경향에서 중국이 중심적 역할을 맡고 있다. 내수가 부족한 수출 주도의 아시아 경제는 환율을 방임할 수 없다. 중국의 달러 매입에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도 편승하고 있다.
이런 접근 방식은 미국 금리에 보조금을 제공하는 부가적 이익을 제공한다. 아시아의 달러 지원 프로그램이 없을 경우 미국 금리는 틀림없이 급증할 것이다. 그리고 물론 이런 저금리는 우선 주식과 이제 부동산 등 미국 자산 시장의 버팀목이 되고 있고, 미국 소비자들은 이런 자산 시장 호조에 힘입어 소비 지출을 확대하면서 아시아의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고 있다. 이것이 세계를 움직이는 아둔한 방식이다. 그러나 뉴 패러다이머들은 이것이 국제 금융의 진정한 기적이라고 믿고 있다. 국제 금융 시장은 전례가 없는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에 속박되어 있다.
환율 및 금리 동결과 중국의 과열경제
소위 이런 기적에 막중한 결함이 존재한다. 미국 국민저축이 위험한 수준까지 소진되고 있는 것처럼 미국의 아시아 자금 제공국들도 이들 불균형에 끊임없이 자금을 제공하는 무분별한 정책을 마찬가지로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이점에서 대표적이다. 7년 동안 중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이었던 나는 이제 중국이 새로운 아시아 길을 선도하는 역할과 관련된 일련의 정책들에서 실책을 범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다.
가령 최근 수년 동안 세계의 고조되는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위안화 연동을 고수하고 있다. 나는 중국의 낙후된 금융 시스템이 글로벌 경제 및 세계 금융시장과 통합되는 중요한 국면 동안 버팀목 역할을 하는 현행 정책이 잠정적으로 옳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
그러나 이제 금리정책에 소극적인 중국이 대신 중앙계획 경제의 유산인 신용 가격보다 신용 규모를 규제하는 행정적 명령을 즐겨 사용하고 있다. 이들 경직적 정책의 배합이 특히 우려된다. 중국 중앙은행은 외환보유액을 달러로 재순환시키기 위해 위안화를 공급해야 한다. 이 경우 중국의 국내 통화 공급 통제 능력이 저해될 위험이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금리인상 억제를 통해 중국은 막대한 과잉 투자와 특히 상하이와 같은 해안 지역에서 고조되는 부동산 거품 등 과열경제를 부추기는 초과 유동성을 조장하고 있다. 환율 및 금리 동결을 통해 중국은 결국 자국의 불균형을 점차 위험한 방향으로 향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새로운 세계질서론에 대한 비판
결국 지속 가능성이 이런 새로운 상황의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에 의해 아마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이런 새로운 세계 질서 가운데 몇몇 잠재적 함의들이 나를 가장 두렵게 만든다. 첫째, 미국에서 정치가 주도하는 보호주의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저축 기근 경제는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면서 무자비한 고용 압력을 받고 있다. 재정적자 경향과 함께 고용 문제를 초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은 대외무역에서 희생양을 찾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중국 환율정책에 대한 존 스노우 미국 재무장관의 전면 공세는 특히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둘째, 중국은 자국의 대내외 자금을 잘못 관리함으로써 점점 불안한 경로로 다가가고 있다. 현재 과열된 중국 경제에서 상승하고 있는 인플레 압력은 중국이 통화, 재정, 환율 등 거시 정책들을 긴축 정책으로 바꿀 때까지 계속해서 가속될 것이다. 인플레를 잡지 못할 경우 경착륙에 직면할 것이다.
셋째, 유럽이 점점 강력하게 압박을 받을 것이다. 아시아의 달러 연동으로 미국 경상수지 조정에 수반되는 달러 약세에 따른 부담이 유로에 가중될 것이다. 유럽의 경제적 고통은 역내에서 상당한 정치적 분노의 원천이 되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 통화의 달러 연동 및 달러 매입 지속은 유럽에서 특히 아시아에 대한 보호주의 압력을 고조시킬 것이다.
중국에서 시작될 글로벌 불균형 조정의 서막
뉴 패러다이머들의 주장과는 달리 불균형한 세계의 스트레스와 긴장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그런 불균형은 주요한 세계 국가들이 동일한 보조를 맞출 때만 지속 가능하다. 이제 세계 성장 역동성이 단지 소비국인 미국과 생산국인 중국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처럼 희박한 조정에 의한 지속 가능성이 점차 약화될 것이다. 중국은 이런 사슬에서 아마 가장 약한 고리일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제일 먼저 도래하는 글로벌 재조정의 잠재적 촉발국이 될 것이다. 이제 나는 중국 경제 둔화가 후행하기 보다 선행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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