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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a

[책읽고정리하기] 주류경제학은 거대한 음모다 - 권력 자본론

by 중년하플링 2004. 12. 24.

책제목: 권력 자본론

저자: 심숀 비클러, 조나단 닛잔/홍기빈 역

고등학교 때 배웠던 수요곡선, 공급곡선, 평행 상태 등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본적이 없는가?

왜 그 잘났다는 경제학자들은 길지도 않은 1년 앞도 내다보지 못할까? 그 휘황찬란한 수식과 멋진 이론들로는 현실에서 유용하지 않은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을 읽어봐야 한다. 이 책은 기존 주류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이론들이 기실 과학적인 방법론에 입각한 '법칙' 이 아니라 하나의 '우화' 혹은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실 이것은 '폴 크루그만' 과 같은 주류경제학자도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즉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라는 사실! 그렇다면... 만일 경제학이 과학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예술? 철학?

과학도 아닌 학문을 전공한 자들이 사회현안에 대해서 '보이지 않는 손' 운운하며 '경쟁'과 '효율'을 이야기하며 많은 사람들은 실업의 고통으로 내몰고 이를 감내해야 한다고,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참아내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건가? 도대체 뭘 근거로?

만일 경제학의 바탕이 실험에 의해(혹은 축적된 데이타에 의해)뒷받침된 이론이 아니라면 뭔가 출발에서 문제가 있는것 아닐까?

이 책은미국의 신고전학파와 영국 캠브리지대학의 경제학자들이 자본(capital)의 정의와 생산함수(product function)에 관련된 논쟁을 소개하면서 시작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가장 밑바닥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자본이라는 개념 부터가 잘못됐다는 주장을 책머리에 두고 있는 것이다.

생산 함수란.. 주류 경제학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기본적인 이론이다. 즉, 일정량의 생산은 생산을 위해 투입된 요소들을 입력으로 받는 함수에 의해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전문가도 아니고 기억에 의지해서 작성하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다소 다를 수 있지만, 큰 틀에서는 비슷할 것이다).

G = f(L, K) : G는 생산물, L은 노동, K는 자본

때문에 똑같은 물건을 생산하더라도 어떤 f 즉 생산방법(혹은 생산기술)은 자본집약적이고, 어떤 f는 노동집약적이다. 최종 생산물에서 얻어지는 이윤은 노동과 자본의 생산성 비율에 따라서 나누어진다라는 이론이다. 이때 현실적으로 중요한것은 바로 자본의 생산성 때문에 자본이 최종 생산물에서 발생한 이윤의 일정부분을 (정당하게) 가져간다는 부분이다. 바로 사장님들이 돈을 버는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되겠다.

언뜻 들으면 그럴듯 하다. 생산하려면 노동자가 있어야 하지만, 분명 자본재(혹은 자본재를 구입할 돈)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와 같은 자본재를 제공한 자본가들은 그에 해당하는 이윤을 얻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자 그렇다면 따져보자,그와 같은 자본가들은 얼마만큼의 이익을 가져가야 할까? 100억원을 투자해서 1000명이 일하는 공장을 소유한 자본가는 과연 얼마만큼의 이윤을 가져가야 최종생산물에서 자본이 기여한 바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일까?

답은 모른다이다. 생산에 관련된 변수들은 너무나 많고 동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에 특정시점에서 특정요소가 최종생산에 기여한 바를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실제로 어떤 경제학자도 그게 가능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사주인 이건희가 얼마를 가져가야하는지는 어떻게 결정되나? 결국 생산함수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생산함수는 논리로는 그럴듯 하지만, 경험적인 데이터로 검증이 불가능하다.

주류 경제학의 대부분의 함수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공급곡선 수요곡선 모두 그럴듯 하지만, 경험적인 데이터로는 검증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것 아닌가? 최소한 우리가 그와 같은 이론을 마치 현실세계를 제대로 설명하고 있는듯이 대우하는것은 좀 지나친것 아닐까? 그냥 말그대로 이론 중에 하나일 뿐이다. 이것은 마치 달이 거대한 외계인의 우주선이라는 주장과 비슷하다. 전문 천문학자들은 어떤 증거를 가지고 이 이론을 반박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이 이론은(내가 가진 천문학에 관한 지식안에서) 반박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이론에 대해서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다. 전문 천문학자들이 내가 이해가능한 반박을 해주기 전까지는 계속 그러할 것이다. 생산함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저자들은 위와 같은 논의를 통해서 자본에 대해서 상당히 새로운 시각을 전개하고 이를 현실 데이터를 통해 입증하고 있다.

산업활동과 이윤추구 행위는 별개이며 이윤의 분배는 산업활동 자체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으로 나타나는 사회적인 권력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 이후로도 매력적인(지적으로재미난)주장이 가득한 책이므로 경제학에 대해서 근원적인 의문을 가지고 해답을 찾는 분들이라면꼭 읽어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