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2월에 작성된 글인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습니다.차세대네트워크라고 하는 단어에 현혹되어 무조건 GO를 외치기 보다는 이런 정확한 지적들에 대한 고려가 선행되어야 하는것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지금 상항이 무조건 GO인지조차 좀 의문스럽기는 합니다만...

BcN의 주요 추진세력이 여전히 장비업체에 머물고 있다는 점도 분명 탁월한 지적입니다.

2003년 11월 우리나라의 다음 세대 정보통신망의 근간이 될 광대역통합망(BcN: Broadband convergence Network) 구축계획안이 발표되었다. 광대역통합망 BcN은 유무선 및 방송, 통신이 융합되는 정보통신 환경에서 광대역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고품질로 이용할 수 있는 차세대 통합 네트워크이며 디지털홈네트워킹을 통한 유비쿼터스의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광대역통합망 구축의 비전은 세계 최초 첨단 정보인프라 구축, 세계최고 수준의 정보통신서비스 제공, 지식정보화의 전면화 등 정보통신일등국가 실현과 IT신성장 동력의 핵심기반으로서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선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2010년까지 2천만 유무선가입자에게 50~100Mbps급 광대역 통합망을 제공하고 통신·방송기기 생산규모를 133조원대로 증가 시킬 계획이다. 민간과 정부가 공동으로 2004년부터 2010년까지 5조6천억을 선도투자함으로써 약 77조원의 BcN 관련 민간투자를 유발하여 BcN 생산 202조원, 수출 880억불, 신규고용창출 26만명을 기대하고 있다.

광대역 통합 네트워크의 효율적 구축 측면에서 긍정적 답변을 내리고 싶다. 가능하다. 우리에게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사업의 성공적 수행경험이 있다. 1990년대 이후 정보통신이 국가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등장함에 따라 우리나라도 21세기 정보사회에 세계 중심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정보통신 부문의 발전전략과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전략이 필요하게 되었다. 즉, 작지만 강력한 정부를 구성해 풍요로운 신경제를 추진하기 위한 기반으로서 기존 인프라(SOC)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정보통신 부문의 기술자립으로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이라는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이 국회를 비롯해 연구기관, 산업계, 정부 등 여러 곳에서 대두되어,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사업이 범국가적인 정책사업으로 추진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당시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계획은 (1) 정보통신 관련 빈약했던 핵심기술을 개발하여 국산화하고, (2) 수입에 의존하던 대부분의 통신장비, 네트워크 장비,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을 국내 기업을 통해 조달하고, (3) 초고속장보통신망이라는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정부가 앞장서서 초고속국가망을 활용함으로서 수요를 선도하고, (4) 초고속망의 활용을 테스트베드 구축을 통해 연구개발 부문에서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기업을 비롯한 민간부분의 수요 창출을 통해 수요와 공급의 선순환을 창출함으로써 국가 전체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거창한 국가적인 계획이었다.

물론 이 계획의 성공에는 당시 공기업이던 KT가 추진중이던 Han B-ISDN사업이 있었고, 꾸준한 통신망 고도화 계획이 자리잡고 있었다. 더구나 ETRI를 중심으로 정부에서는 국책 연구과제를 수행중이었으며, 삼성/현대/대우를 비롯한 통신장비업체들 역시 TDX개발 이후 새로운 장비개발을 필요로 하던 시점이었다. 특히 한국통신은 공기업으로서 당시로서는 어마어마했던 장기간의 투자계획을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의 원칙하에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계획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BcN 계획이 과거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계획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첫째, 과거엔 정부의 국가망이 초고속정보통신망의 선도수요를 의미한 반면 이번의 BcN에는 확실한 선도수요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는 점, 둘?,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에서는 통신망만이 대상이 되었으나, BcN에서는 구체적으로 케이블SO의 HFC망을 대안으로 가정하고 있고 셋째, 따라서 BcN 수요로 디지털 방송, 양방향 방송을 함께 상정하고 있다는 점, 넷째, KT는 더 이상 공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러한 상이점을 감안하여 BcN 구축 추진과 관련된 두 가지 우려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ITU에서 개최된 최근의 "Next Generation Networks: What, When and How?"라는 주제하의 워크샵에서 대부분의 발표는 전통적인 전화회사에 장비를 공급하는 벤더(vendor)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는 간접적으로 차세대 네트워크의 논의가 네트워크사업자보다는 장비업체들에 의해 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의미하며, 아직은 주요 네트워크사업자가 차세대네트워크 구축을 망설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차세대 네트워크가 고부가가치 사업구조로의 전환을 지향하는 것이라면 외국이나 경쟁 사업자들이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을 망설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에 소요되는 투자비용은 막대한 반면, 차세대 네트워크를 통해 제공되는 새로운 서비스의 수익에 대하여 아직 확신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소규모의 새로운 통신사업자라면 가지지 않은 소위 기존의 네트워크 사업자만이 가지는 고민이다. 새로운 수익원 확보에 대한 불확신은 두가지에 근거한다. 우선 차세대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것은 곧 지난 100년간 구축해 왔던 PSTN망에서 나오는 수익을 대체하면서 보다 나은 수익구조를 창출해야 한다는 네트워크 전화과정(migration)에 따른 자기시장 잠식의 문제점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 서비스와의 충돌 효과를 차지하고 대부분의 사업자들은 차세대 네트워크를 구축하더라도 새로운 수익을 네트워크사업자에게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서비스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차세대 네트워크의 killer application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차세대 네트워크와 관련해 이런 질문을 던져왔고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이유가 바로 아직 차세대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투자를 미루게 하는 근거이다.



LG 경제연구소 이영수 연구원에 따르면 2003년 3분기 기준 우리나라 가계의 통신비 지출비중은 6.9%로 국민소득 2만불이 넘는 주요 선진국의 3%미만 수준을 두배 이상 앞서고 있다. (디지털타임즈 2004.2.5.) 즉, 2만불 시대가 도래한다 하더라도 정보통신수요의 급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현실에서 이미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2002년에 통신비 지출규모 증가율이 절반으로 감소하였고 지속적으로 증가추세가 감소하고 있다는 조사가 제시되었다. 더구나 신규서비스는 보완적 성격이 강해 가격탄력성이 높을 것이고 이는 투자회수에 장기간이 소요됨을 의미한다.

BcN의 성공적 수행은 정보통신사업자에게는 새로운 수익의 창출을, 정부와 연구기관에게는 큰 명예를 부여할 것이다. 그러나, 차세대 네트워크로의 전환이 현재 매출면에서 성장세가 둔화되고 향후 전망이 낙관적이지 못한 상황에서, 정보통신시장 경쟁은 더욱 강화되고, 기술혁신에 따라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국내 정보통신사업자들이 선택한 비장의 시도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장밋빛 전망뒤에 숨겨진 파국의 위험을 인식하고 BcN 계획에 참여하고 있는 정부, 연구기관은 책임있는 지원을, 정보통신사업자들은 전사적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되는 중대한 시점이다.


-------- 약력 -----------------------------------------------

+ 서울대 경제학 학사
+ 서울대 경제학 석사
+ Univ. of California Berkeley 경제학 박사
+ E-mail : wnsk@kisdi.re.kr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