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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a

[책읽고정리하기] 신용카드제국 : 현대인을 중독시킨 신용카드의 비밀

by 중년하플링 2007. 2. 14.

로버트 D. 매닝

김대중정부 시절의 신용카드거품도 슬슬 희미해져가는 이때, 다소 늦은 선택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예전에 얼핏 본 서평때문이었을까? 책 자체만 보면 썩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하기는 어려울듯 싶다. 개별 사례들의 지나친 나열로 장수를 채우고 있고, 이미 한 이야기를 계속 해서 반복한다. 저자의 논지를 강화하기 위함인지, 사례들에서 나타나는 신용카드 희생자들의 순진한 금융지식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이다. 앞의 몇장은 그렇더라도, 뒷쪽 신용카드에 따른 사례들은 나열한 장들은 한장 정도로만 줄였어도 훨씬 쾌적한 읽기가 가능했을 듯.

요약하자면, 미국인이 겪게된 신용카드 부채의 증가는 개인적인 탐욕이나 무절제한 소비 때문이라기 보다는 미국경제의 구조적인 변화, 신용카드 회사들의 탐욕스러운 마케팅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은 3대 경제주체인 정부, 기업, 개인이 모두 부채에 시달리고 있이며, 이렇게 된 시초를 레이건 정부의 공급주의 경제정책으로 보고 있는 듯 하다. 레이건 임기 무렵인 80년도 부터 정부의 재정적자가 급속하게 증가하였고, 이후로 지금까지 항시적인 적자 상태에 놓여있다. 기업의 경우에는 부채의 이유가 M&A로 인한 대규모 자금의 필요성으로 정크본드 등을 통하여 돈을 마련하였고, 이런 결과로 부채가 쌓여있다고 보고 있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정부정책과 기업의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중산층의 몰락이 이루어졌고, 이러한 경제구조의 변화가 바로 신용카드와 같은 고금리의 단기자금 수요를 늘렸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야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기업까지 채무에 시달린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 또한 정부 적자와 개인의 신용카드 사용 증가를 연결시키는 고리는 그리 단단해 보이지가 않는다. 굳이 따지자면 정부와 개인의 희생을 통해 자본축적을 이룬 기업체의 탐욕을 지적했어야 할것 같은데, 오히려 부채증가를 거론함으로써 기업이 그런 종류의 구조조정을 실시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변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도 한다. 분명 위와 같은 경제구조의 변화가 개인의 신용카드 사용을 촉발한 이유 중에 하나임은 확실하지만, 이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이 책은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면서 꾸준히 독자들에게 읽힐만한 명저는 아닌듯 하다.

몇 가지 덤으로 얻은 게 있다면, 미국인들의 생활상이랄까.. 또 60년대 이후로 미국 국가채무가 늘어나게 된 짧은 배경 지식을 몇 가지 추가한 정도가 될듯. 신용카드 회사에서는 일시결재자들이 이익에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그런 고객들이라도 자신들의 카드를 사용하여 결제하게 만들면서 향후 있을 수도 있는 현금서비스나 회전결제 등을 노린다는 부분은.. 매일매일의 결제를 일시불로 행하고 있는 나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된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