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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a

[책읽고정리하기] 성배와 칼

by 중년하플링 2008. 8. 18.
2008.8, 리안 아이슬러


우리에게 알려진 고대역사 이전에 여신을 숭배하며 평화적인 사회를 만들었던 문명이 존재했고, 그리스에 그 영광이 돌려진 많은 문명의 성취들이 사실은 이 잊혀진 문명에서 발명된 것이라는 주류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주장을 하는 책이다.

- 신석기,청동기 시대에 평등한 사회구조에 바탕한 문명이 번성했다.
- 이 문명에서는 여신숭배사상을 그 중심 종교교의로 삼았다.
- 남자가 여자를 소유물로 여기고 지배한 그 이후의 사회와는 달리 남여가 평등한 관계를 이루며 살았고, 오히려 여자들이 중심이 된 모계중심 사회였다.
- 그 후 호전적이고 위계적인 문명들이 고대 문명을 점렴하면서 여신숭배의 평등적인 문명은 멸망하고 말았고, 그 흔적도 지워졌다.
- 오늘날의 현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고대 평등적인 사회 구조를 되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다른 증거들에 대해서는 진위여부를 가릴 수가 없지만, 여신숭배사상이라는 부분은 '아발론연대기'를 읽으며 김정란 교수의 역주를 통해 얻은 지식과 일치되는 부분이 많아 상당히 믿음이 가는 주장이다. 김정란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아더왕 신화'는 그 근본이 청동기 켈트족 까지 올라가는 오래된 신화인데, 이 신화 체계에서는 여신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중세를 거치면서 '아더왕 이야기'에 기독교적인 색채가 입혀졌고, 이 과정에서 여신들의 지위가 크게 하락하게 되었다는이야기이다. 이는 중세에 남성중심적인 기독교 교리에 바탕한 바가 크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성배와 칼'의 저자에 따르면, 예수도 남여평등사회를 주장하여 그 당시 주류인 바리세인들에게 박해를 받았던 반체제 인사였으나, 그 후 기독교가 공식화 되면서 다시 남성우월주의에 바탕을 둔 위계적인 교리로 변형되어 오히려 남여평등적인 사상을 핍박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근거로 그노시즘에 바탕을 둔 문헌들과 '사해성경'으로 이야기되는 초기 기독교 고문서들에서 비춰지는 예수의 행적이 공식화된 성경에는 나타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든다.

오늘날의 현대 문제 극복에 이처럼 평등적인 사회 구조가 도움이 되리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들 공감하겠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구체적인 실행방안이라는 점에서... 이 책의 한계도 보여진다.

나 개인적으로는 그노시즘에 대한 관심, 예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틀을 얻었다는 점이 유익한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