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Change Your Mind

2019. 8. 16. 21:23 from Lectura
  • 2019.8, Michael Pollan

 

LSD, Psilocybin, MDMA 등의 환각을 일으키는 물질들을 ‘사이키델릭’ 이라고 한다. 마약으로 분류되어 일반인들에게는 판매가 금지되어있는 약품이지만, 일반적인 마약과는 다르게 반복 사용을 통한 중독성 및 신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크지 않은 약물들이다. 단지, 흡입시 환각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마약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60년대 히피들이 대마초와 함께 열광했던 마약이다. 당시 히피들은 이 약물을 통해 경험하는 영적인 체험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Love and Peace’가 바로 이 약물의 영향이였던 것.

 

영적인 경험은 종교를 초월해서 모든 문명에서 그 존재가 기록되었다. 인류의 스승인 부처나 예수도 신비체험을 통해 진리를 깨달았다고 전해진다. 자아가 사라지고 주변의 세계와 하나가 되면, 자아로 인해 발생하는 고뇌의 근본이 사라진다고 한다. 불교는 이런 신비체험을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어떻게하면  일상의 삶에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는지를 설명해준다. 수행을 통해 자아라는 허상과 집착과 욕망을 놓아버리는 법을 가르쳐준다. 수많은 스님들이 평생 정진했던 무아의 경지를 약물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이 책에 따르면 무아의 영적인 체험을 통해 말기암환자의 실존적 공포를 치료하고, 술담배 등의 중독을 극복하며, 다른 치료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우울증을 치료하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저자가 설명하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 평상시 우리의 뇌는 자아라는 환상을 유지하고 자아가 수행하는 업무를 서술하는 뇌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를 DMN(Default Mode Network) 이라고 한다.

  • DMN의 지나친 활동으로 나타나는 것이 우울증, 불안, 중독인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문제들은 모두 뇌가 특정한 생각에 지나치게 집착할때 발생한다. 

  • 사이키델릭 약물은 DMN의 약화시키는 기능을 한다. 때문에 약물의 영향하에 있는 동안 ‘자아’가 사라지는 경험이 가능하다. 

  • 자아가 사라지면서 문제가 된 집착적인 생각들과 관련된 뉴런의 연결이 약화되고, 이를 경험한 사람은 지속적인 환기를 통해 이를 강화할 수 있다. 

  • 사이키델릭 약물의 특징은 set와 setting이다. 즉 약물 투여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게 아니라, 약물 투여 시점의 환경과 피실험자의 기대치 등이 경험하는 환각의 내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 때문에 이 치료는 일반적인 약을 먹듯이 작동할 수 없다. 심리상담을 동반해서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이는 과거 주술사가 했던 역할과 비슷하다. 

 

 

영적인 경험이 뇌의 해부학적 구조와 연관되어 있다는 설명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정보이다. 과학이 설명하지 못한 현상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 기제의 과학적인 가설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저자는 합리적인 열린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우리가 지나치게 자아에 집착하고, 자아를 외부세계와 분리할때 행복하기 어렵다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약물을 사용하던 하지 않던 자아에 집착하기 보다는 외부세계에 건전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삶은 단계에 따라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것 같다.  청소년 시절과 청년기를 통해서는 자아를 확립하고, 나를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하는 작업에 집중하지만, 중년과 노년에는 다시 자아를 초월해서 외부세계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 니체가 이야기한 낙타, 사자, 아이의 비유를 연상시킨다. 

 

LSD와 뇌과학을 접목한 독서. 

 
 

'Lectura' 카테고리의 다른 글

Sex at Dawn  (0) 2019.10.09
탁월한 사유의 시선  (2) 2019.08.22
The Player of Games  (0) 2019.07.18
Enlightenment Now  (2) 2019.07.03
식스 웨이크  (0) 2019.05.29
Posted by 중년하플링 :

돈후앙의 가르침

2019. 1. 14. 17:08 from Lectura



- 2017.8.28, 2019.1.14,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지음/김상훈 옮김

이 책은 두 번을 읽었다. 첫번째 읽은 것은 2017년, 그리고 나서 최근 다시 읽었다. 처음 읽고 나서는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들은듯 한데 감상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그 이후 몇 종류의 책을 더 읽었는데, 이 책들이 두 번째 독서를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각각 ‘Acid Dreams: The Complete Social History of LSD’와 ‘How emotions are made: The Secret life of the Brain’, 그리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이다. 

일반적인 상태에서 우리는 외부 세계와 뇌를 통해 경험되는 내부 세계를 각각 분리된 실체로 인식한다. 외부 세계는 나와 분리된 상태로 존재하며 나의 상태나 인식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내부 세계는 내가 온전하게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전혀 별개의 체계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원론은 서구 사상의 기반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의심하거나 다른 체계를 생각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때문에 외부의 실체가 우리의 의지에 의해 변화하고, 우리 인식이 특별한 상태가 되면 외부 실체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허황되거나 환각에 빠진 것으로 생각한다.

LSD를 섭취하고 주관적인 현실이 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70년대에 많은 사람들이 증언을 하였다. 감각의 왜곡 및 변이, ‘나'라는 주체가 사라지고 무한한 사랑을 느끼는 등…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고, 이런 변화가 삶의 나머지 과정에서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와 같은 이원론이 적용되기 힘든 경험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증언 하였지만, 이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70년대 이후 중단되었다. 새로운 해석은 뇌과학의 발달에서 비롯되었다. 새로운 이론에 따르면 외부 지각에 대응해서 세계에 대한 내부모델을 만들고 이를 지속적으로 갱신하는 것이 뇌의 주요 활동이다. 우리의 뇌는 지속적으로 외부 세계에 대한 예측을 수행하고, 이를 실제 지각자극과 비교한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도 외부의 지각자극을  뇌가 ‘직접’ 경험하지 않는다. 뇌는 세계에 대한 내부모델을 통해서만 외부를 인식한다.  

  • -Simulations are your brain’s guesses of what’s happening in the world. In every waking moment, you’re faced with ambiguous, noisy information from your eyes, ears, nose, and other sensory organs. Your brain uses your past experiences to construct a hypothesis — the simulation — and compares it to the cacophony arriving from your senses. In this manner, simulation lets your brain impose meaning on the noise, selecting what’s relevant and ignoring the rest.   - How Emotions are Made

이런 경우 약물이나 훈련을 통해서 뇌의 ‘내부모델’을 수정하거나, 외부 자극을 해석없이 직접 접하게 되면 LSD를 통해서 겪는 많은 경험이 설명이 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내부모델’이 유일한 모델이 아닌 가능한 모델 중 하나라고 가정해 보자. 사람은 까마귀가 될 수 없고,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만일 이런 제약이 우리의 ‘내부모델’ 때문이라면? 다른 ‘내부모델’이나 혹은 ‘내부모델’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현실을 마주치면 이러한 제약이 없는 다른 ‘외부’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어떨까?

이 책은 이와 같은 ‘대체현실’을 묘사하고, 저자는 이를 ‘비일상적 현실 상태’라고 명명한다. 

  • -'우리는 다른 세계들을 경험함으로써 스스로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되고, 그 결과 우리들 자신의 문화적 구조물과 다른 구조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진정한 세계가 실제로는 어떤 것인지를 불완전하게나마 언뜻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돈후앙의 가르침

‘비일상적 현실 상태’는 흔히 말하는 ‘향정신성 약물’의 섭취를 통해 가능해진다. 그것은 메스칼리토, 악마초, 특정한 종류의 버섯 등이다. 저자는 멕시코 야키 인디언을 만나 샤면이 경험하는 ‘비일상적 현실 상태'에 대해서 정리한 것이다. 이 세계에서는 식물이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고, 사람이 하늘을 날며, 악의를 품은 주술사가 내가 아는 사람으로 변신을 해서 해꼬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비일상적 현실 상태는 우리가 지각하는 현실과는 다르지만, 내재적인 완결성을 갖고 있다. 이것을 미개한 인디언 주술사들이 만든 체계라고 해서 단순한 환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근본주의 유대교에는 에루브(Eruv) 라는 개념이 있다. 성경에서 안식일을 지키라는 율법이 있는 반면 현대 사회에서는 안식일엔도 집밖에 나가서 일을 봐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선과 막대 등을 이용하여 가상의 벽과 문을 만들고 이를 실내로 간주하는 것이다. 에루브는 이를 위한 전반적인 체계를 의미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의 집들은 끊임없이 관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일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샤머니즘은 단순히 과학이 발전하기 전 미개한 단계의 문명에만 나타나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현상일까? 주술사란 이상한 주문이나 외우고 춤을 추며 환각성 약초를 사용하는, 현실에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과거의 약물 중독자 같은 존재였을까?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에루브와 과거 문명의 샤머니즘은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비일상적 현실 상태’의 진위 여부와는 관계없이 돈후앙이 전하는 삶의 지혜는 충분히 귀기울일 가치가 있다.

  • - 두려움은 전혀 나쁜게 아니라네. 두려우면 사물을 다른 방식으로 보게 되니까 말이야.
  • - 난 누구한테든 화를 내거나 하진 않나! 그 어떤 인간도 내 화를 돋울 만큼 중요한 일을 할 수는 없어. 누구한테 화를 낸다는 건 상대방의 행위가 중요하다고 느낄 때나 가능한 일이지. 난 더 이상 그런 식으로 느끼지 않아.
  • - 자, 그게 뭔지 얘기해주겠네. 그 길에는 마음이 깃들어 있는가? 이거야. 모든 길은 똑같다네. 어디로도 통해 있지 않지. 덤불을 헤치고 나아가는 길이든, 덤불로 들어가는 길이든 그게 그거야.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기나긴 길을 걸어왔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 건 아냐.


Posted by 중년하플링 :


  • 2018.9, Martin A. Lee

1891년에 니체는 ‘신은 죽었다’라는 문장을 만들었다. 프랑스 혁명과 실존주의의 부상으로 사후 세계 및 도덕적 바탕으로서의 기독교가 부정되었다. 1차 2차 세계대전을 통해 지상에서의 지옥을 경험한 세대들은 물질적인 번영을 되찾는 것을 당면한 목표로 생각했고, 20세기 중반이 되자 선진국의 중산층들은 생존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물질적인 풍요를 이룩하였다. 그런 물질적인 풍요 아래에서 자란 세대들이 품은 다음 목표는 무엇이었을까?

그 무렵 미국에서는 히피 문화가 발전하였고, 대안적인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세대가 나타났다. 68혁명이 발생했고, 뉴에이지 운동이 전 세계를 휩쓸었으며, 인도출신의 구루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활동을 하였다. 그리고, 이제는 요가와 명상과 탄트라가 우리의 삶속에 자연스럽게 들어와있다. 

LSD는 60년대에 발생한 사회 변혁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다년간의 수련 없이도 구루들이 이야기한 해탈의 경지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 약물. 사이키델릭 운동의 선구자들은 이 약물을 통해 좁은 ‘자아’를 벗어나, 보다 큰 가치에 기여하는 개인들을 상상했다. 미움과 전쟁이 아닌 사랑과 공감에 바탕을 둔 사회를 꿈꾸었다. 결론적으로 실패했지만, 물질적인 측면을 넘어서 영적인 삶을 추구한 세대가 시도한 거대한 실험이었다.  

일반적으로 LSD를 환각을 보는 무서운 마약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불법 약물로 지정되고 필로폰이나 헤로인과 같은 중독성 강한 마약과 같은 종류로 취급되면서 시작되었다. 최근의 약물 구분에 따르면 중독성이나 육체적, 정신적 피해와 관련해서 LSD는 대마초와 함께 알코올이나 담배보다 덜 해로운 것으로 분류된다. 오히려 최근 LSD는 다양한 중독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치료 약물로 재조명 받고 있다.   

LSD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구체적인 효과는 무엇인지 이 책에서는 자세하게 다루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이 약물은 단일한 효과를 가져오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뉴런 사이에 연결이 약한 부분을 강화하고, 강한 부분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많은 사용자들이 창조성의 증대를 경험한다. 아울러 ‘자아’가 약화되면서 세계와 하나가 되는 느낌을 갖게 된다고 한다. ‘자아’라는 것이 별도의 실체가 없는, 뇌가 가진 기억과 감각자료에 바탕을 둔 가상적인 실체라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이 책에는 사이키델릭 운동에 연관된 많은 개인들이 등장한다. 초기에 LSD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The Doors of Perception’ 이라는 책까지 쓴 올더스 헉슬리, 교수면서도 사이키델릭 운동의 정신적 대부로 평생을 살다간 티모시 리어리(Timothy Leary), CIA와 연관된 것으로 보이지만 LSD 확산에 기여한 Alfred Matthew Hubbard, 사이키델릭과 관련해서 많은 활약을 했지만 여전히 그 배경이 비밀에 쌓인 Ronald Hadly Stark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LSD를 마약으로 팔아 돈을 벌려 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LSD를 경험하게 되면 이 세상이 보다 평화로운 곳이 될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기대였다. 우리 주변의 물질적인 삶을 벗어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영적인 목표를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들의 꿈은 실패했다. 약물에 바탕을 둔 개인적인 차원의 ‘각성 경험’ 만으로는 단단한 현실을 바꿀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꾼 꿈의 가치는 유효하다. 니체가 이야기한 ‘초인’과 사이키델릭 운동의 선구자들이 꿈꾼 영적인 삶은 같은 것일 수도 있다. 물질적인 삶을 넘어선 그 무엇을 추구하는 것은 우리 세대가 가진 숙제가 아닐까?

아마존에서 제공되는 ‘오늘의 할인' 덕에 구매한 책. 할인이 없었다면 살 생각도, 읽을 생각도 못했을 책인데 부담 없는 가격 덕에 구매해서 읽게 되었다. 키워드는 LSD, 사이키델릭, 히피, CIA, 미국의 청년문화 일까? 60년대에 합성된 LSD의 시작부터, 70년대 초까지 청년문화 운동을 아우른다. 히피 운동의 시작과 전개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을만한 책.  


'Lectura'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더 나은 오늘은 어떻게 가능한가  (2) 2018.09.30
수용소 군도(1권)  (0) 2018.09.26
The Art of Being  (0) 2018.08.27
To Have or To Be  (0) 2018.07.30
Seveneves  (0) 2018.07.18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