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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0.09 Sex at Dawn
  2. 2015.11.21 협력의 진화

Sex at Dawn

2019. 10. 9. 18:23 from Lectura
 
  • 2019.9, Christopher Ryan and Cacilda Jetha
 
제목에 낚여 큰 기대 없이 구매한 책이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점을 보여준 책.
 
이 책에서 저자들은 인간의 본성은 일부일처제와 맞지 않고, 여러 과학적 증거를 통해 ‘난혼’이 ‘자연스러운’ 성생활 방식이었다는 주장을 한다. 생각해보면 그럴 듯한 주장이다. 일정한 주거도 없이 프라이버시도 보장되지 않는 자연상태에서 지금과 같은 독점적인 일부일처제가 가능했을까? 적어도 우리와 진화적으로 가장 가까운 친척들인 침팬지와 보노보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암수의 체격차, 페니스의 길이와 정소의 크기 등으로 비교해보면 인간도 침팬지 혹은 보노보와 유사한 성생활을 영위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성생활 방식은 농경사회의 도래와 함께 일부일처제로의 문화적인 변화를 겪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한 주장이다.수렵채집 생활 방식은 전반적으로 ‘부족함’에 기반한 것이 아닌, ‘풍족함’에 기반한 사회였다. 농업을 시작하기 전 인류는 필수적인 생존을 위해 일해야 하는 시간이 오히려 적었고, 고고학적인 증거를 통해 농경시대보다 균형이 잡힌 식생활과 영양상태를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배경하에 남여간의 성적인 결합도 소유에 기반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될 수 있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즉 우리의 생물학적인 성생활은 ‘난혼’에 가깝지만, 사회적 변화로 인한 문화적 성생활은 ‘일부일처’로 변화된 것이다.
 
  • “Just as Westerners’ behaviour is understandable in relation to their assumption of shortage, so hunter- gatherers’ behaviour is understandable in relation to their assumption of affluence. Moreover, just as we analyze, even predict, Westerners’ behavior by presuming that they behave as if they did not have enough, so we can analyze, even predict, hunter-gatherers’ behaviour by presuming that they behave as if they had it made.
  • The cultures we’ve reviewed, from steamy jungles in Brazil to lake-side Himalayan foothills, have each developed mechanisms for minimizing jealousy and sexual possessiveness. But the opposite also happens. Some cultures actively encourage the impulse toward possessiveness.
 
저자들은 다양한 층위에서 우리 조상들의 ‘난교’의 증거를 제시한다. 침팬지 보노보와의 비교, 남자 성기의 모양을 통하여 우리 조상들은 짝짓기 경쟁이 아닌 ‘정자경쟁’을 했을 것 이라는 가설, 진화적으로 불필요한 여자의 오르가즘에 대한 가설, 관찰가능한 수렵채집인들에 대한 관찰결과 등을 예로 든다. 재미있는 가설은 원래 ‘난교’를 통해 경쟁하던 남자들이 일부일처제를 통해 경쟁의 필요성이 없어지자 건강한 정자를 생산할 유인을 잃어버렸고, 아마도 이런 것이 많은 불임부부가 발생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가정이다. 
 
  • The most recent estimates show that sperm dysfunction affects about one in twenty men around the world, being the single most common cause of subfertilility in couples(defined as no pregnancy after a year of trying). Every indication is that the problem is growing steadily worse. Nobody’s maintaining the spare fridge much anymore, so it’s breaking down.
 
과연 현대사회의 일부일처제는 실패하였는가? 수렵채집사회가 ‘난혼’ 사회였다고 가정하자, 농경사회로 진입하면서 일부일처제가 만들어지고 주도적인 결혼의 형태로 정착 되었다고 가정하자. 이제와서 우리들의 생물학적 본능이 일부일처제와 맞지 않는 면이 있다고해서 그 제도를 벗어던질 수 있을까? 농경사회가 소유에 바탕을 둔 사회구조이기 때문에 남여관계역시 소유에 바탕을 둔 제도로 변하였다고 한다면, 오늘날 그 바탕이 된 소유관계는 얼마나 변화가 있었을까? 아직까지는 일부일처제의 영향이 남아있는 시대에 일부일처제의 영향이 강한 나라에서 가족을 이루고 살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저자들이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사회적인 상상력의 필요성인듯 하다. 어떤 제도가 됐던, 우리들의 성생활은 최고로 행복한 상태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 분명하고, 현대사회가 변화하면서 시간이 갈수록 문제점이 커질 수도 있다. 앞으로 다가오는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형태의 남여관계를 찾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분명히 ‘상상력’이고, 이러한 상상력은 과거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할때 의미있는 해답이 될 수 있다. 
 
  • “The people I feel sorry for are the ones who don’t even realize they have any other choices beyond the traditional options society pres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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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

협력의 진화

2015. 11. 21. 18:17 from Lectura




- 2015.10, 로버트 액설로드 / 이경식 옮김


이기적인 개인으로만 이루어진 사회에서 협력은 어떻게 발생할까? 자연상태가 강한개체만 살아남고 약한 개체는 도태되는 냉혹한 전장이라면 개체들 사이의 협력이 가능할까? 하지만, 현실에서는 협력이 발생한다. 전통적인 지혜는 오히려 신뢰와 신의를 강조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회의 이미지와 올바르다고 알고 있는 도덕은 상충된다. 신뢰가 중요하다는 전통적인 지혜는 단지 도덕주의자들의 이상일뿐일까?


'죄수의 딜레마’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취조를 받는 공범이 있다. 두명이 같이 입을 다물면 가장 낮은 형량을 받을 수 있지만, 상대방이 배신할 것을 염려해서 결국은 서로 죄를 자백하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결론이다. 현실적으로 이기적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믿음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모두 자기의 이익을 따라 마키아벨리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만드는 실험이다.  


이 책은 신뢰로 일컬어지는 협력이 어떤 기제로 발생하는 지를 설명해 준다.


게임이론에 기반한 반복 실험에서 어떤 전략이 가장 우수한 가를 연구하기 위해 개최한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팃포탯'. 이 프로그램의 전략은 이해하기 쉽게 단순하다. 상대방을 먼저 배신하지 않으며, 상대방이 배신하는 경우 받은 만큼 돌려준다. 하지만, 복수가 끝나고 나면 다시 협력을 할 수 있게 상대방을 배신하지 않는다. 팃포탯의 장점은 신사적이고(먼저 배신하지 않고), 배반을 응징할 줄 알며, 용서할 줄 알고, 또 파악하기 쉬운 단순성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신뢰가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한 차례의 게임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앞으로 무수하게 반복적으로 게임을 함께 진행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게임에 참여하는 개인들은 신뢰가 필요하지도 않고, 똑똑할 필요도 없고, 꼭 대화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원본 죄수의 딜레마와의 차이는 한차례의 게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게임이 계속되리라는 기대이다. 바로 이 점이 게임 참여자들 사이의 협력을 이끌어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이 발생한 사례는 역사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과 연합군이 대치하고 있는 참호에서도 이와 같은 호혜적인 협력이 만들어졌다는 증거가 많다.


저자가 제시한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네 가지 충고는 아래와 같다.

 - 질투하지 마라(상대를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협력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 먼저 배반하지 마라

 - 협력이든 배반이든 그대로 되갚아라

 - 너무 영악하게 굴지 마라


이 책은 단순하게 게임이론이라는 협소한 수학 영역에서의 재미난 읽을 거리로 치부할 수 없는 면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삶을 살아가는 전통적인 방법에 대한 조언을 근대 과학의 언어로 지지하는 책이다. 우리가 삶을 잘 살아가려면 단순하게 이기적으로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삶이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고 주변사람들과 협력을 해야 하고, 이러한 협력은 단판으로 끝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옆에 있는 사람과 좀더 잘 지낼 수 있는 기반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태도가 좀더 발전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도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원수가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을 내밀라는 신약의 가르침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베풀라는 구약의 황금율을 이제 과학으로도 증명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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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