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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9.01.30 피버 드림 1

세븐킹덤의 기사

2019. 2. 27. 10:06 from Lectura



  • 2019.2, 조지 R. R. 마틴/김영하 옮김

떠돌이 기사, 맹약 기사, 신비 기사 등 세 개의 중편으로 이루어진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몇 백년 전의 이야기이다. 조지RR마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잘 만들어졌다. 흥미로운 전개부터 독자의 예상을 넘어서는 결말들까지. 현대 장르소설로서 이룩할 수 있는 완성도의 상한선에 다가선 작품들이 아닐까 한다. 한 가지 아쉬움은 세 편의 중편은 너무 짧아서 금방 읽어버린다는 점. 

기사(Knight)라는 원형(Archetype)을 표현한 장르소설에서 신화를 읽어낼 수 있다. 특히나, 현대의 독자에게도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라면 그 주인공이 현대 원형 중 하나라고 해석 하는 것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덩크의 매력을 분석해 보면 실마리가 나타날 것 같다. 
 
  • 물질적인 가치를 쫓거나, 실리를 따져 행동하지 않는다. 
  • 기사도라는 행동 지침에 일치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 옮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기 위해 어려움이 예상되더라도 피하지 않는다. 

여기서 기사도란 왕에서 봉신으로 이루어지는 중세의 위계질서를 따르면서도 약자에 무관심하지 않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행동지침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위계질서를 맹목적으로 따르지도, 약자를 위함 삶을 살기 위해 위계질서를 부정하지도 않는 것이다. 그들은 지배층의 일원이면서도 소외받는 자들을 위해 봉사한다. 기사도란 그 시초부터 상반된 원칙을 지향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규정할 수 없는 지침인 것이다. 현실과 마주치면 기사도는 늘 틈을 드러내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도에 일치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하는 것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완벽하게 조화시킬 수 없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방식이며, 그렇게 사는 것만이 의미를 가진다. 

지나치게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방식을 숭배하는 현대인들은 기사도에 대응되는 ‘임원도(executive code)’를 만들었을법도 한데, 아직까지 들어본 바는 없다. 현대에서 생산하는 것은 기업이지만, 약자를 보살피는 업무는 정부가 되었다. 때문에 기업인들은 약자에 대한 배려없이도 정당성을 갖게 되었다, 세금만 잘 낸다면. 하지만 발생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생산적인 일을 전담하는 기업 내부에서 약자에 대한 고려는 아예 그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바로 이 것이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조직내부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지 못하는 근본원인이 아닐까?   

현실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약삭빠르지도 않고 순진한 사람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결론적으로는 대단한 모험들을 이루어낸다. 그리고 그의 모험을 따라간 나는 순수한 즐거움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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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

피버 드림

2019. 1. 30. 17:04 from Lectura


  • 2019.1, 조지 R. R. 마틴 / 이수현 옮김

이제는 SF 작가라고 하기에는 애매해진 조지 R. R. 마틴의 1982년도 작품. 리디북스로 구매해서 아이폰 리디북스 앱의 ‘듣기’ 기능을 이용해서 출퇴근 시간에 주로 들었는데, 2주간 출퇴근 시간의 지겨움을 없애주었다. Audio Book 시장이 거의 없다시피한 한국에서는 상당히 쓸만한 기능이다. 

소설은 뱀파이어와 미국 미시시피 강을 오가는 증기선 이야기를 오가며 진행된다. 못생겼지만 강인한 증기선 선장인 ‘애브너 마쉬’와 아름답지만 강한 ‘조슈아 요크’, 그리고 나이를 알 수 없을 만큼 오래된 ‘데이먼 줄리안’과 뱀파이어가 되고 싶은 추악한 ‘심술보 빌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진행된다. 

영원에 가까운 세월을 살 수 있는 존재가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늙는 다는 것은 단순하게 나이를 먹고 추해지거나 현명해지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새로운 경험, 새로운 모험에 대한 갈망을 잃은 상태에서, 생을 계속해 나가는 존재는 무엇이 될까? 어쩌면 이 소설에서 묘사한 ‘데이먼 줄리안’과 같은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외부 세계에 대한 모든 관심을 잃고 오로지 생존본능만 남은 야수와 같은 존재. 

뱀파이어-백인-흑인-가축 관계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재미있는 비교 요소들이 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시대에 뒤쳐진 이야기가 된듯 하다. 예를 들면, 줄리안이 백인들이 흑인을 차별하고 학대하는 것을 들어, 뱀파이어와 인간들 사이의 관계를 정당화하는 장면. 자연상태인 종간의 관계에서 윤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맞지만, 종간의 우위를 논할때 힘이나 물리적인 능력을 생각한 줄리안을 틀렸다. 종간의 관계에서 진정한 힘은 ‘번식력’이다. 땅위에 번성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종간의 ‘우위’를 굳이 따지자면 논할 수 있는 요소이다. 그것은 지능도, 문화도, 예절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확보된 생존을 바탕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는 다른 질문이다. 인간은 문화를 이루었고, 도덕을 만들어냈고, 종교를 만들어냈다. 개인은 인류 진화의 발자취를 개인적인 차원에서 다시 한번 되짚어 봐야 한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