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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탄생

2015. 10. 31. 17:18 from Lectura




- 2015.10, 피터 터친/윤길순


파운데이션 시리즈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저자의, 역사학을 과학으로 체계화시키려는 노력. 그런데, 저자는 생물학자란다. 웬지 그럴듯한 아마추어의 잡설이 아닐까 싶은 의심이 강하게 드는 상황이긴 한데, 외의로 쉽게 읽히고 재미도 있다.


먼저 저자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 역사적으로 대제국은 문명이 충돌하는 변경지역에서 발생했다. 지정학적인 위치로 인해 힘든 시절을 지내면서 핵심적인 그룹의 내부 결속력(아사비야)이 높아지고, 이러한 높은 아사비야가 핵심 그룹의 확장을 가능케 한다.

 - 하지만, 일정 수준의 팽창을 마치고 나면 제국 내부에서 빈부의 격차가 커지면서 집단 내의 아사비야가 낮아지는 단계를 겪게된다.

 - 수차례에 걸쳐 아사비야가 낮아지면 결국 제국은 결속력을 잃고 해체된다.


비판적으로 보자면 '아사비야' 라는 용어는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내부결속력, 단결력을 다른 말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라는 속담의 긴 버전이랄까. 때문에 역사를 과학으로 정립시킨다는 저자의 주장은 다소 수긍하기 어렵다.


재미있는 내용들..


우선 빈부격차와 사회적 자본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제국의 초기에는 빈부격차가 크지 않아 아사비야가 높게 유지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성공하고 나면 논공행상에 따라 빈부격차가 생기고, 이러한 빈부격차는 아사비야 자체를 낮춘다. 하지만, 흥미로운 부분은 빈부격차 자체가 빈부격차를 유지하는 사회적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빈부격차로 소득이 줄어든 중산계층의 수가 줄어들고, 이를 통해 상위계층 사이의 경쟁이 격화된다. 결국 중산계층이 무너지고, 이는 상위계층의 경쟁을 더욱 심화시킨다. 견디지 못한 상위계층이 줄어들면 새로운 평행상태에 접어들고, 또 다시 사이클이 시작된다.


역사에는 내재적인 주기가 있다는 주장. 위에서 이야기한 사이클이 다양한 계위에서 나타난다는 주장이다. 즉, 아사비야가 낮아지는 시기에 발생한 내전으로 인해 한세대가 평화를 원하지만, 내전 혹은 전쟁의 경험이 없는 손자세대에는 다시 동일한 갈등이 재개된다. 경제학의 콘틸라디예프 사이클과 유사한 이야기이면서 분명 무작위적으로 보이는 역사적인 사건들 뒤에 어떤 종류의 패턴/원칙/순환이 존재하리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명리학과의 유사성이 보인다.


역사의 장점은 저자가 어떤 주장을 하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례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방대한 사건의 모음이라는 점이다. 제국의 탄생도 다르지 않아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 하는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는 있지만, 과학이라기 보다는 일반적인 원칙을 찾아내기 위한 노력 정도라고 보는게 맞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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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