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0.07.15 세계는 어떻게 석유에 지배되는가?
  2. 2020.02.02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

  • 2020.6, 최지웅 지음

 

석유라는 주요자원을 통해 20세기 역사, 경제를 설명해주는 책. 독자 리뷰를 보니 이 방면에서 꽤 유명한 책의 내용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듯 한데, 문외한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정리가 잘된 요약이다. 현대 역사를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결국 세계경제의 근본은 자원과 시장이다. 르네상스가 향신료 무역을 통해 발달했다면, 20세기 세계화의 핵심은 석유이다. 석유야 말로 20세기를 형성하고, 국제 관계를 결정지은 주요한 자원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 석유의 시대는 처칠이 모든 전함의 원료를 석탄에서 석유로 변경하면서 시작되었다. 

  • 석유의 군사적, 경제적 가치를 일찍부터 알아차린 영국은 아랍에 대한 개입을 통해 이 중요한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자 하였다. 

  • 1, 2차 대전을 통해 주요한 열강으로 떠오른 미국은 영국의 정책을 본받아, 아랍권에 대한 헤게모니 장악을 시도하였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영국은 이란을 중심으로 지역적인 기반을 구축하였다. 

  • 하지만, 이란의 경우 호메이니의 집권으로인해 영국의 석유 지배권은 약화 되었다. 

  • 1,2차 석유파동은 중동국가와 이스라엘의 대립과 중독국가내에서의 석유패권을 위한 경쟁이 발단이 되었다.

  • 석유가격을 높게 유지하고자 하던 중동국가들과는 반대로 석유가격을 합리적인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인 산유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생각을 가진 것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장관인 야마니가 있었고, 그의 생각은 역사를 통해 옳은 것으로 증명되었다.  

  • 미국은 달러 페그제가 폐지되는 시점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협상을 통해서 국제 시장에서 원유의 지불 화폐로 달러화를 선택하게 하였다. 오늘날 달러의 기반 가치는 석유라고 볼 수 있다. 

  • 미국이 세일가스 개발을 통해 원유 생산량을 늘리자 OPEC의 시장가격 결정권은 그 힘을 잃게 되었고, 새로운 변화를 맞을 수 있게 되었다. 

 

석유 가격이 유례없이 낮아지고 미국 정부는 전례없는 규모의 양적완화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지금, 석유와 관련된 현대 자본주의 체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무척이나 흥미로운 지점이다. 달러의 가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석유에 대한 지배권을 서서히 잃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중동 국가들은 어떤 전략을 취할까? 태양광 및 풍력을 위시한 대체 에너지 산업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무엇보다 20세기 문명의 근원 동력이였던 석유 중독을 인류는 끊을 수 있을까?

 

석기 시대는 돌이 부족해져서 끝난 것이 아니다. 석유 시대는 석유가 고갈되기 전에 끝날 것이다. - 자키 야마니

 

'Lectura'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Storytelling Animal  (0) 2020.08.16
룬샷  (0) 2020.07.16
Psychoanalysis and Zen Buddism  (0) 2020.05.19
과식의 심리학  (0) 2020.05.08
At The Existentialist Cafe  (0) 2020.04.28
Posted by 중년하플링 :

민주당의 착각과 오만

2020. 2. 2. 19:08 from Lectura
  • 2020.1 토머스 프랭크 지음 / 고기탁 옮김
 
2016년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을, 공화당 대통령 후보 역사상 가장 많은 득표로,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당시 언론을 통해 비춰지는 트럼프의 이미지는 무지한 백인 하류층을 포퓰리즘으로 자극하여 표를 얻어내는 예측불가능한 망나니였다. 그런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소식은 전세계적으로 무척이나 충격적인 뉴스였다. 무엇이 미국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무력과 부를 갖춘 나라의 민주주의 체계하에서 트럼프와 같은 이질적인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었을까?
 
이 책은 트럼프 당선 전에 (미국에서) 출간되었지만, 미국 민주당의 정책과 미국이라는 사회에 대해서 많은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
 
성공적인 뉴딜 정책으로 한동안 정권을 유지했던 미국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노동자 중심의 정당이였다. 하지만 1970년대가 되자 민주당은 더 이상 노동자들의 정당이 아닌 사회의 상층부를 이루는 전문직의 정당이 되고자 하였다. 그때부터 ‘변화’와 ‘창의성’이 강조되기 시작했고, 미국의 소득불균형은 확대되기 시작했다. 클린턴은 이러한 민주당의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였다. 그의 행정부는 많은 금융계 인사들로 채워졌고, 예측 할 수 있듯, 금융산업을 위한 다양한 규제완화 조치를 추진하였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정권을 잡은 오바마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실리콘 밸리의 기업가들을 가까이하였다. 여전히 민주당 인사들은 노동자를 위한 당이라는 수사를 사용하지만, 민주당의 정책은 더 이상 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다. 대신 민주당은 ‘정치적인 올바름’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페미니즘, 성소수자, 인종 문제 등은 주요 이슈로 활용하였다. 하지만, 이것은 소득 불균형을 가리는 기만책에 불과하다.  
 
미국의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 할때, 비슷하고 별로 다르지도 않은 두 거대당 사이의 권력 주고 받기라는 해석이 왜 생겼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정치 세력을 크게 좌파와 우파로 나누는데, 노동자를 위하지 않는 정당이라면 좌파라고 말하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왜 미국 민주당은 성공적이었던 노동자 층의 지지와 열망을 포기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질문이다. 이 책은 민주당이 노동자의 당이 되기를 포기한 이후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나 처럼 민주당이 여전히 중도 좌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가치가 있는 접근법이다. 하지만, 왜 민주당이 노동자의 정당에서 전문직의 정당으로 변절했는지를 생각하다 보면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는 부분들이 생겨난다. 
 
어쩌면, 그 이유가 거대 기업 노조의 경직성과 정규직 노동자들의 이기주의 때문은 아니었을까? 블루칼라 노동자라고 해서 늘 약자인 것 만은 아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잘 조직화된 정규직 노조원은 사회적 약자라고 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문제는 현대 경제는 모든 블루칼라 노동자에게 그런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어쩌면 소득 불균형 문제는 노조화를 통한 노동자의 교섭권 증대를 통해 해결 할 수 없는 문제일 수도 있다. 이윤이 나는 경우 이를 노동자와 자본가가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문제는 협상을 통해 결정될 수 있다. 하지만, 이윤이 나지 않는 다면? 회사의 제품이 해외에서 만들어내는 값싼 노동력과 경쟁하기에 불가능할 정도로 경쟁력이 없다면, 노조와 대화하여 임금 인상률을 1% 낮추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국의 정치 현실에 비추어 볼때 무척이나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정의당과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의 반목은 정당 지도부의 좁은 시야 때문이 아니라, 계급적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근본문제일 수 있다. 노무현 정권이 삼성전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것은, 미국 민주당이 실리콘 밸리의 기업인들과 인적 교류를 통해 동조되는 현상과 유사한 것일 수도 있다. 어쩌면 좌파정당으로 시작한 집권 세력이 전문직으로 경도되는 이유는 거창한 음모가 아니라, 경제가 이를 강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차이도 있다. ‘정치적인 올바름’은 한국에서는 오히려 정의당이 힘쓰는 이슈들이다. 민주당은 여전히 최저시급인상을 통해 사회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리기 위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저자가 스스로 설명하는 이 책을 쓴 이유는 아래와 같다. 
 
나는 이 책에서 민주당이 이 시대의 대표적인 사회 문제인 소득 불균형 문제에 맞서 싸우는 데 어떻게 실패했는지,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황의 주범인 월 스트리트에 왜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했는지 집중 조명했다. 그럼에도 보다 중요한 메시지는 좌파 정당이 전세계 좌파 정당의 전통적인 제 1 지지 기반인 노동자에게 흥미를 잃으면 이런 모양새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 정치에 대해서 한국 언론을 통해 접하기 어려운 새로운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높게 치지만, 한국과 미국의 차이를 고려한다고 해도 저자가 주장하는 바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Lectura' 카테고리의 다른 글

Psychoanalysis and Religion  (0) 2020.03.03
삶은 왜 짐이 되었는가?  (0) 2020.02.13
신사와 선비  (0) 2020.01.21
경제 규칙 다시 쓰기: 21세기를 위한 경제 정책 보고서  (0) 2020.01.05
마음의 탄생  (0) 2019.12.05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