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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hooling Society

2017. 5. 28. 16:15 from Lectura




 - 2017.5, Ivan Illich

 - 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지만, 읽고 나서 곱씹어볼 수록 심오한 생각을 담고 있는 책이다. 삶에 대해서 돌아보게 만드는 책. 주기적으로 다시 읽어볼만한 책(5/5)


새로운 사상가와 사유체계를 만나는 것은 책을 읽는 즐거움 중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재미를 위한 책읽기를 하는 도중에 에리히 프롬, 칼 포퍼, 에릭 홉스봄, 엠마뉴엘 월러스틴과 같은 위대한 정신을 그렇게 만났다. 이제 꽤 많은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드는 지금에도 여전히 새로운 만남은 계속된다. ‘Deschooling Society’라는 제목이 책을 읽으면서 만난 새로운 사상가는 이반 일리치라는 신부이자, 교육자이자, 사상가이자, 철학자이자 인본주의적인 아나키스트로 살아간 사람이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가 워낙 급진적이어서 도대체 작가가 어떤 사상을 주장하였는지를 찾아보았다. 그가 정립한 개념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Radical Monopolies : 근원적 독점이란 사람들이 참여하거나, 참여하고 싶어하는 의미 있는 활동을 기업의 상품과 전문가의 서비스가 대체해버린 것이다. 이 독점은 전문가가 만드는 것에 유리하도록 인간의 자율적 행동을 마비시킨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몸이 아픈 경우 스스로 고치거나 주변의 도움을 받는 걷이 당연했지만, 병원이라는 제도가 확립되고 나서 모든 치료는 병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고, 병원 밖에서 행해지는 치료행위에 대해서는 불법화를 하였다. 이런 현상은 전문가의 등장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 Counterproductivity : 상품이 사용가치를 대체하면서, 상품이 원래 사람에게 제공하기로 했던 만족 대신 그 반대인 부정 가치를 만들어 인간을 무력하게 하는 모든 상황을 지칭한다. 병원이 근원적 독점화를 통해서 일정부분 현대 질병 치료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병원의 경우 이러한 긍정적인 면을 넘어서서, 불필요한 치료까지도 만들어내게 되었다.  

 

이와 같은 그의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나면, 학교에 관련된 주장을 좀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반 일리히는 배움이라는 과정은 기본적으로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추구될 수 있으며, 또한 그렇게 되어야 하는 활동이라고 주장한다. 배움이란 가르침에 의한 결과물이 아니라, 일상생활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과정이였다. 하지만 학교라는 제도는 배움을 배풀기 보다는 가르친다는 활동을 독점한 교직원이라는 전문가를 만들어 냈고, 이들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얻을 수 있는 교육과정에 기반한 인증체계를 만들어내었기 때문에, 진정한 배움과 정의가 학교라는 제도에서는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저소득층일 수록 학교가 제공하는 과정을 이수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고등교육으로 갈수록 부유층과의 경쟁에서 뒤쳐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모두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교육과정에서 고등교육일 수록 더 많은 자본이 소요된다. 즉, 교육예산에서 더 많은 혜택을 받아야 하는 저소득층이 실질적으로 부유층에 비해 더 적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결국 학교라는 제도에서 저소득층이 소외되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이에 반해서 학교라는 제도는 아이들을 자본주의가 필요로 하는 충실한 소비자로 만들어내는 기능을 수행한다.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은 학교로부터 벗어나기 전에는 소비사회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현대 기술은 사람들에게 여가를 선사하였고, 많은 사회에서 이 남는 시간은 소비활동으로 채우는 문화를 발전시켰다. 이렇게 대량 소비와 이에 바탕한 대량 생산 시스템을 우리는 발전이라고 부른다. 대량으로 생산된 부실한 상품을 소비하면서 여가를 보내는 소비사회에 대한 대안으로, 소량의 튼튼한 물건을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남는 시간으로 사람들 사이의 접촉을 늘리는 사회를 상상할 수 있다.   


현재 학교라는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체계는 학교를 대체하는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주변 환경과 교류하는 방식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배우는 사람, 가르치는 사람, 그리고 배움에 필요한 자원이 적재적소에 배치될 수 있게 하는 네트워크 형태를 저자는 제안하고 있다. 이 설명을 보고 있으면 오늘 날의 인터넷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오늘날의 인터넷을 통한 카페, 동호회 등의 활동을 떠올려 보면 이러한 서비스들이 단순히 사람들을 모으는 것만이 아니라, 교육의 장으로 활용된 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반 일리치의 사상을 책 한권으로 파악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현대 사회에 대한 깊은 사유를 만날 수 있었다. 애초에 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읽기 시작했지만, 생산성 향상으로 얻어진 여유를 소비활동으로 낭비하고 있는 현재 삶의 방식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다. 이것은 곧 삶을 대하는 태도 자체를 생각해보게 한다. 돈을 벌고, 소비하는 활동을 제외하면 과연 삶을 무엇으로 채울것인가? 그리고, 삶에서 생산과 소비의 비중을 줄일 수록 늘어나는 시간은 또 과연 무엇을 하면서 보낼 것인가? 그렇게 보내는 시간은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활동이어야 할것이다. 배움이야 말로 많은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는 일일 것이며,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배움과 가르침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학교라는 틀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상상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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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