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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1.13 Man and His Symbols
  2. 2019.02.27 세븐킹덤의 기사

Man and His Symbols

2019. 11. 13. 13:09 from Lectura
  • 2019.11, Carl G. Jung
 
프로이드의 제자였다가 이론적으로 달라져 스승과 결별한 융, 집단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학자, 이름을 많이 들어온 융이라는 학자의 이론이 궁금해  읽기 시작한 책. 무의식이라는 개념이 프로이드를 통해 널리 알려진 오늘 날에는 오히려 융부터 읽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책을 읽고 내 나름대로 이해한 융의 이론. 
 
융에 따르면 우리가 상징(Symbol)이라고 부르는 것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활용을 넘어서는 함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름이나 그림이다. 이것은 기호(Sign)와는 다른데, 기호의 경우 항상 그것이 지칭하는 것보다 작은 것을 내포하는데 반해, 상징의 경우 표면적으로 나타내는 것을 넘어선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상징이 필요한 이유는 인간이 현실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개념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말하거나 글을 쓸때, 가능하면 명료하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끔은 이런 노력이 피로한 경우가 있다. 떠오르는 자유로운 생각을 표현하기에 내 언어 구사 능력이 뒤쳐지기 때문인데, 상징을 좀더 활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식이 합리적이라면 무의식은 상징적이다. 인간의 합리적인 면이 주로 나타나는 의식과 대별되는 무의식은 본질적으로 상징적이다. 때문에 꿈에서 나타나는 상징들이 그 처럼 논리적이지 않은 것이다. 심리적인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의식과 무의식이 조화롭게 작용해야 하는데, 이 둘 사이에 부조화가 발생하거나 서로 반목할때 심리적인 동요가 발생한다. 때로 이런 동요는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의 변화, 기억의 손실, 말실수와 같은 형태로 표면에 떠오른다. 의식적으로는 원하고 있는데, 무의식은 거부 한다거나 반대의 경우 무의식은 꿈 속에서의 상징을 통해 의식에 메세지를 전달한다. 이런 메세지를 이해 혹은 해석하는 행위는 의식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고 이 책에서 융은 주장한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우리가 본능이라고 부르는 것은 감각에 의해 인지되는 생리적인 욕구이지만, 인간이 의식을 발전시키면서 무의식의 영역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배고픔과 배변과 같은 생리적인 수준의 본능도 있지만, 보다 상위의 본능이라 부를 수 있는 경향성은 모든 인간 사이에서 공유되고 계승된다. 위계에 대한 인식이나 성인이 되면서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등을 그와 같은 상위 본능의 예로 들 수 있다. 내가 임의적으로 지칭한 상위 본능은 상징적 이미지의 형태로 꿈이나 환상을 통해 나타나는데, 이렇게 발현된 상징을 융은 원형(archetype)이라고 부른다. 어떤 상징들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다수의 사람에 의해 공유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징들은 차츰 종교의 상징체계 안으로 편입된다. 
 
종교와 신화는 과거로부터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내 존재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의미가 부여될때 인간은 동물을 넘어서서 인간이 된다. 종교와 신화는 삶의 많은 면을 포괄하지만, 특히나 원형과 집단 무의식의 체계화라는 측면에서 중요성을 가진다. 이런 측면의 종교 혹은 신화는 어찌보면 과거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삶의 단계에서 만났던 문제들의 모범 답안지라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조던 B 페터슨 교수와 조셉 캠벨이 무척이나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꿈은 개인적인 차원의 신화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듯 싶다. 신화를 통해서 인류 공통의 문제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면, 꿈은 원형을 통해 개인의 무의식이 의식에 건네는 조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종교를 미신으로 치부하고 합리성을 추구하지만 이로 인해 삶을 지탱해주는 의미를 잃어 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예전의 신들은 다른 이름으로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의지에 의해 불가능한 것이 가능해지는 세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말은 또 하나의 미신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삶은 해결 불가능한 난제를 제시한다. 본질적으로 해결불가능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삶에서 ‘도피’하기 위해 현대인들은 약물, 알코올, 담배, 음식, 그리고 결국은 신경증에 의존하게 된다. 이것은 겸손, 인내, 절약과 같이 과거에 미덕으로 여겨졌던 덕목들을 잊어버린 현대인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이다. 
 
종교와 신화를 거부하면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꿈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융이 직접 쓴 글은 책의 1/5정도이고 나머지는 그의 제자로 보이는 다른 저자들이 쓴 글이다. 
  • Part 1 Approaching the Unconscious: Carl G. Jung
  • Part 2 Ancient Myths and Modern Man: Joseph L. Henderson
  • Part 3 The Process of Individuation: M.-L. von Franz
  • Part 4 Symbolism in the Visual Arts: Aniela Jaffé
  • Part 5 Symbols in an Individual Analysis: Jolande Jacobi
  • Conclusion: Science and the Unconscious: M.-L. von Franz
 
의식하지는 않았는데, 다 읽고 보니 융의 글에서 밑줄 친 문장이 가장 많았다. 영웅신화와 입문의식(Initiation)에 대해서 쓴 두번째 글도 재미있었고, 개인화(Individuation)에 대한 세번째 글도 흥미로웠다. 네번째 파트는 주로 현대 미술과 무의식의 관계로 설명하고 있는데, 현대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는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처럼 들렸다. 마지막 파트는 사례를 통해 상징과 무의식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

세븐킹덤의 기사

2019. 2. 27. 10:06 from Lectura



  • 2019.2, 조지 R. R. 마틴/김영하 옮김

떠돌이 기사, 맹약 기사, 신비 기사 등 세 개의 중편으로 이루어진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몇 백년 전의 이야기이다. 조지RR마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잘 만들어졌다. 흥미로운 전개부터 독자의 예상을 넘어서는 결말들까지. 현대 장르소설로서 이룩할 수 있는 완성도의 상한선에 다가선 작품들이 아닐까 한다. 한 가지 아쉬움은 세 편의 중편은 너무 짧아서 금방 읽어버린다는 점. 

기사(Knight)라는 원형(Archetype)을 표현한 장르소설에서 신화를 읽어낼 수 있다. 특히나, 현대의 독자에게도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라면 그 주인공이 현대 원형 중 하나라고 해석 하는 것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덩크의 매력을 분석해 보면 실마리가 나타날 것 같다. 
 
  • 물질적인 가치를 쫓거나, 실리를 따져 행동하지 않는다. 
  • 기사도라는 행동 지침에 일치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 옮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기 위해 어려움이 예상되더라도 피하지 않는다. 

여기서 기사도란 왕에서 봉신으로 이루어지는 중세의 위계질서를 따르면서도 약자에 무관심하지 않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행동지침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위계질서를 맹목적으로 따르지도, 약자를 위함 삶을 살기 위해 위계질서를 부정하지도 않는 것이다. 그들은 지배층의 일원이면서도 소외받는 자들을 위해 봉사한다. 기사도란 그 시초부터 상반된 원칙을 지향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규정할 수 없는 지침인 것이다. 현실과 마주치면 기사도는 늘 틈을 드러내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도에 일치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하는 것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완벽하게 조화시킬 수 없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방식이며, 그렇게 사는 것만이 의미를 가진다. 

지나치게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방식을 숭배하는 현대인들은 기사도에 대응되는 ‘임원도(executive code)’를 만들었을법도 한데, 아직까지 들어본 바는 없다. 현대에서 생산하는 것은 기업이지만, 약자를 보살피는 업무는 정부가 되었다. 때문에 기업인들은 약자에 대한 배려없이도 정당성을 갖게 되었다, 세금만 잘 낸다면. 하지만 발생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생산적인 일을 전담하는 기업 내부에서 약자에 대한 고려는 아예 그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바로 이 것이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조직내부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지 못하는 근본원인이 아닐까?   

현실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약삭빠르지도 않고 순진한 사람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결론적으로는 대단한 모험들을 이루어낸다. 그리고 그의 모험을 따라간 나는 순수한 즐거움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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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