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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시

2013. 4. 28. 11:05 from Lectura

- 2013.4.20, 제임스 발라드 / 김미경


원래 난해한 작가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소설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모르겠다. 

기본적인 내용은 자동차 사고와 그로 인한 인간의 죽음 및 상처에 대해 페티쉬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주인공은 자동차 사고를 겪고 나서 기계와 사람의 결합(자동차 사고)을 통한 에로티시즘에 눈을 뜨게 되고 이 방면에 선구적인 '본'이라는 상당한 싸이코를 만나면서 이쪽 분야를 섭렵하고 다닌다는게 주요 내용이다. 이게 마땅히 플롯이랄 것도 캐릭터랄 것도 주인공 사이의 갈등 구조도 별로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도대체 작가가 이 소설을 왜 썼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작가의 들어가는 글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그래도 나는 여전히 <크래시>가 테크놀로지를 근간으로 한 최초의 포르노그래피 소설이라고 여기고 싶다. 어떻게 보면, 포르노그래피는 가장 옥죄고 무자비한 방식으로 인간이 서로를 어떻게 이용하고 착취하는지를 다룬 가장 정치적 형태의 소설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야설이라 치면 그 부류에는 맞는 듯 싶으나 결코 성공적인 야설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주인공들이 성적 흥분을 느끼는 대상들이 워낙 일반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결코 야설로 가치를 인정받기는 어려울듯 싶다는 말이지. 

그런 생각을 들더라…

자동차 사고의 잔해와 그로 인한 상처에 열광하는 등장인물들을 이해하기가 힘들었지만, 내가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는 야설도 사실 무엇이 그릴 다를까 하는 점. 그러니까, 어차피 다른 인간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가 없다라고 한다면 그 대상이 자동차, 란제리, 하이힐의 차이일 뿐이지 그닥 큰 차이는 없는 것 아닌가? 

이 관점을 좀더 넓혀보면 상대방이 가진 조건에서 성적 흥분을 얻는 것도 어찌보면 모두 같을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자동차 사고에서 얻은 상처를 훈장처럼 생각하며, 상대방에게서도 상처를 통해 흥분을 얻는다. 일반적인 성적 취향도 단지 그 대상을 큰 가슴, 바짝 마른 몸 에서 찾는 것일 뿐, 인간이 아닌 사물에서 성적 흥분을 찾는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하는 생각

반값에 산 책 치고는 상당히 예쁜 표지와 손에 쏙 들어오는 판형이 맘에 든다. '데미지'와 '나인하프위크'도 틈다는대로 읽어볼 생각. 정리하자면 <크래시>는 '새로운 하위 장르를 개척하려 하였으나, (적어도) 나에게는 실패한 야설' 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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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