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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진화

2015. 11. 21. 18:17 from Lectura




- 2015.10, 로버트 액설로드 / 이경식 옮김


이기적인 개인으로만 이루어진 사회에서 협력은 어떻게 발생할까? 자연상태가 강한개체만 살아남고 약한 개체는 도태되는 냉혹한 전장이라면 개체들 사이의 협력이 가능할까? 하지만, 현실에서는 협력이 발생한다. 전통적인 지혜는 오히려 신뢰와 신의를 강조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회의 이미지와 올바르다고 알고 있는 도덕은 상충된다. 신뢰가 중요하다는 전통적인 지혜는 단지 도덕주의자들의 이상일뿐일까?


'죄수의 딜레마’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취조를 받는 공범이 있다. 두명이 같이 입을 다물면 가장 낮은 형량을 받을 수 있지만, 상대방이 배신할 것을 염려해서 결국은 서로 죄를 자백하는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결론이다. 현실적으로 이기적인 사람들 사이에서는 믿음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모두 자기의 이익을 따라 마키아벨리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만드는 실험이다.  


이 책은 신뢰로 일컬어지는 협력이 어떤 기제로 발생하는 지를 설명해 준다.


게임이론에 기반한 반복 실험에서 어떤 전략이 가장 우수한 가를 연구하기 위해 개최한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연달아 우승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팃포탯'. 이 프로그램의 전략은 이해하기 쉽게 단순하다. 상대방을 먼저 배신하지 않으며, 상대방이 배신하는 경우 받은 만큼 돌려준다. 하지만, 복수가 끝나고 나면 다시 협력을 할 수 있게 상대방을 배신하지 않는다. 팃포탯의 장점은 신사적이고(먼저 배신하지 않고), 배반을 응징할 줄 알며, 용서할 줄 알고, 또 파악하기 쉬운 단순성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신뢰가 자생적으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한 차례의 게임으로 끝나서는 안되고, 앞으로 무수하게 반복적으로 게임을 함께 진행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게임에 참여하는 개인들은 신뢰가 필요하지도 않고, 똑똑할 필요도 없고, 꼭 대화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원본 죄수의 딜레마와의 차이는 한차례의 게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게임이 계속되리라는 기대이다. 바로 이 점이 게임 참여자들 사이의 협력을 이끌어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협력이 발생한 사례는 역사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군과 연합군이 대치하고 있는 참호에서도 이와 같은 호혜적인 협력이 만들어졌다는 증거가 많다.


저자가 제시한 반복적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지에 대한 네 가지 충고는 아래와 같다.

 - 질투하지 마라(상대를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높은 협력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 먼저 배반하지 마라

 - 협력이든 배반이든 그대로 되갚아라

 - 너무 영악하게 굴지 마라


이 책은 단순하게 게임이론이라는 협소한 수학 영역에서의 재미난 읽을 거리로 치부할 수 없는 면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삶을 살아가는 전통적인 방법에 대한 조언을 근대 과학의 언어로 지지하는 책이다. 우리가 삶을 잘 살아가려면 단순하게 이기적으로 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삶이란 혼자서 살아갈 수 없고 주변사람들과 협력을 해야 하고, 이러한 협력은 단판으로 끝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옆에 있는 사람과 좀더 잘 지낼 수 있는 기반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태도가 좀더 발전한 것이 오늘날 우리가 이야기하는 도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원수가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을 내밀라는 신약의 가르침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베풀라는 구약의 황금율을 이제 과학으로도 증명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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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