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20.08.16 The Storytelling Animal
  2. 2019.11.13 Man and His Symbols

The Storytelling Animal

2020. 8. 16. 19:50 from Lectura

  • 2020.8, Jonathan Gottschall 지음

 

사람들이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분명하다. 사람들은 차가운 통계와 과학이 아닌, 맥락을 갖춘 이야기라는 틀을 통해 세상을 살아간다. 스스로의 삶에 대해서, 주변 사람에 대해서, 뉴스를 통해서 주인공과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대부분의 시간을 이야기에 몰입해서 보낸다. 소설, 드라마, 게임, 영화, 뮤지컬, 주변 사람에 대한 가십까지도 따져보면 모두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단순히 남는 시간을 채우는 오락거리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세상을 해석하는 틀이다.  다니엘 카네만의 ‘생각에 관한 생각(Thinking, Fast and Slow)는 우리 뇌가 사실보다는 픽션에 기반하여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 안에는 과학자와 소설가가 있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소설가로 보낸다. 이와 같은 호모 사피엔스의 이야기 중독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런 습성은 과연 생존과 진화에 도움이 될까?

 

저자는 이 책에서 왜 우리가 이야기에 좋아하는지 가설을 제시한다. 몇 가지 증거를 통해 이야기가 단순한 현실 도피나 시간을 때우는 행위가 아닌, 복잡한 사회 관계를 잘 헤쳐나가기 위한 시뮬레이션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이론이 그것이다. 가치 있는 이야기는 주인공이 어려움을 만나 해결하는 형태를 하고 있다. 우리는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유사한 상황에서 각자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 It seems plausible that our continuous immersion in fictional problem solving would improve our ability to deal with real problems.

  • In one study, they found that heavy fiction readers had better social skills — as measured by tests of social and empathic ability — than those who mainly read nonfiction.

  • Trouble is the fat red thread that ties together the fantasies of pretend play , fiction , and dreams , and trouble provides a possible clue to a function they all share : giving us practice in dealing with the big dilemmas of human life.

 

현실은 너무나 많은 사실들을 내포하고 있고, 우리는 그 모든 사실들을 종합적으로 받아들여 처리할 수 없다. 때문에 그중 일부를 선별하고, 이를 인과관계 혹은 그럴듯한 인과관계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설'에 기초해서 과거를 해설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우리의 뇌가 동작하는 방식은 연역법도 귀납법도 아닌 상정 논법이다(abduction). 가끔은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우리의 능력이 너무나 뛰어나, 과거의 기억을 왜곡하기도 하고 음모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 The storytelling mind is allergic to uncertainty , randomness , and coincidence. It is addicted to meaning. If the storytelling mind cannot find meaningful patterns in the world , it will try to impose them. In short , the storytelling mind is a factory that churns out true stories when it can , but will manufacture lies when it can’t.

  • Conspiracy theories offer ultimate answers to a great mystery of the human condition : why are things so bad in the world?

 

이야기의 현실적인 가치는 사람들이 집단으로 일할 수 있게 해주는 실용적인 면에 있을 수 있다. 거대한 이야기가 없다면 우리들은 어떻게 그룹으로 함께 일하고, 회사를 이루고, 민족을 이루고, 나라를 이룰 수 있을까? 정치인들의 연설이 그처럼 중요한 이유, 철학자들의 시대정신이 그 처럼 큰 역할을 하는 것도, 모두 스토리를 추구하는 우리 종의 특징 때문일 수 있다. 어쩌면 동물과 인간을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지능이 아니라, ‘이야기’ 일 수 있다. 뇌에서 과거와 미래 현실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진행할 수 있는 능력. 이 능력 덕분에 인류는 집단으로 움직일 수 있었고, 결국 그 이야기들이 오늘날의 문명까지 이어져 왔다.

  • David Sloan Wilson proposes that religion emerged as a stable part of all human societies for a simple reason : it made them work better.

  • Story, in other words, continues to fulfill its ancient function of binding society by reinforcing a set of common values and strengthening the ties of common culture.

 

우리가 인생의 의미라고 하는 것들도, 단지 자신에게만 일관된 이야기일 수 있다. 융도 정신분석가의 의무 중 하나로 인생의 의미를 되찾아 주는 것을 이야기했고, 때문에 종교와 신화를 참조하였다. 

  • Psychotherapy helps unhappy people set their life stories straight ; it literally gives them a story they can live with. And it works.

  • We are , in large part , our personal stories. And those stories are more truthy than true.

 

오늘날 우리는 소설의 몰락에 대해 이야기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듣지만, 이야기는 다른 형태로 모양을 바꿔 우리 일상 곳곳에 스며있다. 오히려 문제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이야기에 탐닉하는 것일 수 있다. 식량이 많아지면서 몸에는 좋지 않지만, 식욕을 자극하는 당 위주의 식사가 우리의 건강을 망치는 것처럼, 이야기를 즐길 시간이 많아진 현대인들은 이야기로써의 가치보다 자극적인 소재만으로 이루어진 Junk Story의 지나친 소비로 정신적인 건강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삶의 의미에 대한 건전한 추구가 좌절된 현대인들은 인공적으로 급조된 양산형 이야기에 파묻혀 삶을 소비한다.

 

인생을 관통하는 만족할만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써 내려간 이야기에 만족할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자신에게 가장 가치 있는 인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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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

Man and His Symbols

2019. 11. 13. 13:09 from Lectura
  • 2019.11, Carl G. Jung
 
프로이드의 제자였다가 이론적으로 달라져 스승과 결별한 융, 집단 무의식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학자, 이름을 많이 들어온 융이라는 학자의 이론이 궁금해  읽기 시작한 책. 무의식이라는 개념이 프로이드를 통해 널리 알려진 오늘 날에는 오히려 융부터 읽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책을 읽고 내 나름대로 이해한 융의 이론. 
 
융에 따르면 우리가 상징(Symbol)이라고 부르는 것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활용을 넘어서는 함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름이나 그림이다. 이것은 기호(Sign)와는 다른데, 기호의 경우 항상 그것이 지칭하는 것보다 작은 것을 내포하는데 반해, 상징의 경우 표면적으로 나타내는 것을 넘어선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이러한 상징이 필요한 이유는 인간이 현실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거나 개념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는 말하거나 글을 쓸때, 가능하면 명료하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끔은 이런 노력이 피로한 경우가 있다. 떠오르는 자유로운 생각을 표현하기에 내 언어 구사 능력이 뒤쳐지기 때문인데, 상징을 좀더 활용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식이 합리적이라면 무의식은 상징적이다. 인간의 합리적인 면이 주로 나타나는 의식과 대별되는 무의식은 본질적으로 상징적이다. 때문에 꿈에서 나타나는 상징들이 그 처럼 논리적이지 않은 것이다. 심리적인 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의식과 무의식이 조화롭게 작용해야 하는데, 이 둘 사이에 부조화가 발생하거나 서로 반목할때 심리적인 동요가 발생한다. 때로 이런 동요는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의 변화, 기억의 손실, 말실수와 같은 형태로 표면에 떠오른다. 의식적으로는 원하고 있는데, 무의식은 거부 한다거나 반대의 경우 무의식은 꿈 속에서의 상징을 통해 의식에 메세지를 전달한다. 이런 메세지를 이해 혹은 해석하는 행위는 의식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고 이 책에서 융은 주장한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우리가 본능이라고 부르는 것은 감각에 의해 인지되는 생리적인 욕구이지만, 인간이 의식을 발전시키면서 무의식의 영역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배고픔과 배변과 같은 생리적인 수준의 본능도 있지만, 보다 상위의 본능이라 부를 수 있는 경향성은 모든 인간 사이에서 공유되고 계승된다. 위계에 대한 인식이나 성인이 되면서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등을 그와 같은 상위 본능의 예로 들 수 있다. 내가 임의적으로 지칭한 상위 본능은 상징적 이미지의 형태로 꿈이나 환상을 통해 나타나는데, 이렇게 발현된 상징을 융은 원형(archetype)이라고 부른다. 어떤 상징들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다수의 사람에 의해 공유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징들은 차츰 종교의 상징체계 안으로 편입된다. 
 
종교와 신화는 과거로부터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내 존재를 정당화할 수 있는 의미가 부여될때 인간은 동물을 넘어서서 인간이 된다. 종교와 신화는 삶의 많은 면을 포괄하지만, 특히나 원형과 집단 무의식의 체계화라는 측면에서 중요성을 가진다. 이런 측면의 종교 혹은 신화는 어찌보면 과거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이 삶의 단계에서 만났던 문제들의 모범 답안지라고 볼 수 있다. 이 부분은 조던 B 페터슨 교수와 조셉 캠벨이 무척이나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꿈은 개인적인 차원의 신화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듯 싶다. 신화를 통해서 인류 공통의 문제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면, 꿈은 원형을 통해 개인의 무의식이 의식에 건네는 조언이라고 말할 수 있다. 
 
현대인들은 종교를 미신으로 치부하고 합리성을 추구하지만 이로 인해 삶을 지탱해주는 의미를 잃어 버리게 되었다. 하지만 예전의 신들은 다른 이름으로 인간의 삶을 지배하고 있다. 의지에 의해 불가능한 것이 가능해지는 세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라는 말은 또 하나의 미신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삶은 해결 불가능한 난제를 제시한다. 본질적으로 해결불가능한 문제를 안고 있는 삶에서 ‘도피’하기 위해 현대인들은 약물, 알코올, 담배, 음식, 그리고 결국은 신경증에 의존하게 된다. 이것은 겸손, 인내, 절약과 같이 과거에 미덕으로 여겨졌던 덕목들을 잊어버린 현대인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이다. 
 
종교와 신화를 거부하면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현대인에게 꿈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융이 직접 쓴 글은 책의 1/5정도이고 나머지는 그의 제자로 보이는 다른 저자들이 쓴 글이다. 
  • Part 1 Approaching the Unconscious: Carl G. Jung
  • Part 2 Ancient Myths and Modern Man: Joseph L. Henderson
  • Part 3 The Process of Individuation: M.-L. von Franz
  • Part 4 Symbolism in the Visual Arts: Aniela Jaffé
  • Part 5 Symbols in an Individual Analysis: Jolande Jacobi
  • Conclusion: Science and the Unconscious: M.-L. von Franz
 
의식하지는 않았는데, 다 읽고 보니 융의 글에서 밑줄 친 문장이 가장 많았다. 영웅신화와 입문의식(Initiation)에 대해서 쓴 두번째 글도 재미있었고, 개인화(Individuation)에 대한 세번째 글도 흥미로웠다. 네번째 파트는 주로 현대 미술과 무의식의 관계로 설명하고 있는데, 현대 미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에게는 다소 억지스러운 주장처럼 들렸다. 마지막 파트는 사례를 통해 상징과 무의식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