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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lightenment Now

2019. 7. 3. 15:29 from Lectura
- 2019.7, Steven Pinker

 

 
모더니즘과 계몽주의에 대한 길고 긴 찬사. 책의 소제목이 주요한 스포일러. 

 

다양한 출처의 자료를 통해서 인류의 삶이 과거에 비해 개선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같은 역사적인 유례가 없는 번영은 이성, 과학, 인본주의, 발전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세기 과학 혁명 이후로 인간은 물리적인 실체를 조작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물질적인 진보를 이룩하였다. 이렇게 달성된 진보는 전반적인 인류의 삶을 향상시켜 평균 수명, 건강, 행복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테러, 핵위험, 환경 오염, 급진적 종교의 부활 등 일상의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현실은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면밀하게 살펴보면 위협요인 중 어떤 것도 지금까지 이룩한 번영을 되돌릴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미 초반 1/3을 읽고나서 이성과 과학에 의한 꾸준한 번영의 역사를 인정한 나는, 왜 계속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으면서 나머지 2/3을 읽어야했다. 어쩌면 이 책은 미국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염두하고 읽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미국은 여러모로 독특한 국가이지만, 핑커 교수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점에서 더욱 특이하다. 대부분의 발전된 나라에서 종교의 영향이 쇠퇴하는 현상과 물질적인 풍요 및 주관적인 행복도가 개선되는 현상은 거의 동시에 나타난다. 미국은 선진국 중 하나이면서도 종교의 영향력이 강하며, 많은 국민들의 행복도가 그나지 높지 않은 거의 유일한 사례라고 한다. 저자는 낮은 주관적 행복도가 높은 종교적 열정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의심한다. 이렇게 종교적이면서 불행한 사람이 많은 국가이다 보니, 계몽주의가 이룩한 업적에 대해서 무지한 사람도 많은 것 아닐까? 과학에 대한 의심이 유난히 많은 것 처럼 보이는 나라라는 점도 관련이 있는 사실일 수 있다. 
 
저자는 이런 배경에서 무척이나 분명한 현대 문명/과학/인본주의의 성취를 한권의 책으로 변호할 필요성을 느낀듯 싶다.  
 
  • The Enlightenment principle that we can apply reason and sympathy to enhance human flourishing may seem obvious, trite, old - fashioned. I wrote this book because I have come to realize that it is not. More than ever, the ideals of reason, science, humanism, and progress need a wholehearted defense.

 
니체를 양차 세계대전과 파시즘의 사상적 원흉으로 지적한 부분도 좀 의외였다. 파시스트가 니체의 철학을 피상적으로 이해했다면, 저자 역시 같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지는 않을까? 조던 B 피터슨 교수는 니체의 연약함에 대한 경멸이나 힘에 대한 찬사를, 곪은 상처에 발생하는 구더기와 같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형이상학적인 차원에서 파괴와 생산은 분명 함께 가는 면이 있다. 니체를 그런 형태의 우화로 읽는 다면, 대략학살과 전쟁이 니체가 주장한 내용이라고 보기에는 힘들다. 

 

 

이 논점은 어쩌면 이 책이 명시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은 과학에 대한 다른 태도일지도 모른다. 현대 문명에 기여한 과학의 가치는 절대 과소평가할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이 삶의 목적과 가치를 찾는 우리의 여정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까?  물질적인 조건에서 자유로워진 오늘날 선진국 시민들은 삶의 목적과 가치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인류 역사상 소수에 불과한 존재이다. 핑커 교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뇌과학과 심리학의 발달을 통해 심지어는 삶의 목적과 가치를 탐구하는 여정을 과학이 도와줄 수 있다고는 해도, 그 범위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고 이런 한계는 과학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 the worldview that guides the moral and spiritual values of a knowledgeable person today is the worldview given to us by science. Though the scientific facts do not by themselves dictate values, they certainly hem in the possibilities.

 
과학이 해답을 줄 수 있는 것은 어떻게 사는 것이 건강한가? 효율적인가? 덜 자기파괴적인가? 라는 것이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과학이 줄 수 있는 도움은 많지 않아 보인다. 
 
행복의 정의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능한 최선의 존재로서의 자신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지금까지의 과학은 잠재력을 억압하거나 파괴하는 요소들을 줄이는데 도움을 주었다. 어떻게 살아야하는 가라는 질문에 있어서 신화, 정신분석학, 비교종교, 철학 등을 통해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지혜는 분명 과학을 통해서는 도달 할 수 없는 영역이다. 
 

바로 이 지점이 오늘날 생존을 벗어난 많은 인류가 고민하는 부분이고 계몽주의와 과학이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이며, 니체를 올바로 읽었을 경우 그나마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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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