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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메다 성운

2017. 8. 5. 10:39 from Lectura



- 2017.8, 이반 예프레모프  지음 / 정보라 옮김


스토리는 지루하고 문체는 산만하다. 캐릭터들은 인간이라기 보다는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로보트에 가깝다. 심지어 눈을 잡아끄는 새로운 아이디어도 없다. 이 책을 다 읽은 원동력은 구매하고 읽지 않은채로 라이브러리에 남겨진 책을 한권 늘리지 않기 위한 나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을 듯 싶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에르그 선장은 반박하고 싶은 마음에 얼굴을 찡그렸으나, 믿음을 가득 담아 그를 쳐다보는 황금빛 갈색 눈동자와 다정한 말에 져서 미소를 짓고 말없이 조종실을 나갔다.’ 


러시아어의 특징인지 번역의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명사 앞에 형용사로 수식을 하는 식의 문체로, 읽는 흐름이 끊긴다. 문장부터 이렇게 불친절한데, 플롯조차 흥미롭지 않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성간탐사선을 보낼 정도로 발전된 문명을 이룬 미래사회를 배경으로 4인의 남녀가 인류문명에 기여하는 여정을 다룬다. 이 과정에서 미지의 외계 문명, 알수 없는 괴물의 습격, 파국적인 과학 실험 등의 소재가 나오지만, 작가가 신경쓰는 것은 이런 이야기들이 아니다. 심지어 캐릭터조차 평면적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모두 인류 발전에 삶을 던진 숭고한 이상주의자들이다. 개인의 행복보다는 전 지구적인 차원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것을 신경쓰는 진정한 위인이랄까? 이렇다 보니 인간적인 갈등을 하는 주인공들을 보고 있어도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 그냥 인공지능끼리 대화하는 듯한 느낌. 


작가가 신경쓰는 것은 가장 이상적인 원칙에 입각하여 과학기술로 만들 수 있는 유토피아를 묘사하는 것이다. 이 유토피아는 공산주의에 바탕을 둔 중앙집중적인 경제를 가지고 있으며, 다양한 위원회를 통해 단기목표와 장기목표를 모두 고려한 결정을 내린다. 이 사회에서 사람들은 정치에 신경쓸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모두들 인류의 행복 증대와 과학의 발전이라는 거대한 목표에 복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중앙에 경제위원회가 있어요. 여기서 자문 기관인 슬픔과 기쁨 학회, 생산력 학회, 확률통계와 미래예측확회, 노동정신생리학회로 직선을 그어 봅시다.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기관들하고는 부차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데 성단탐사위원회가 있습니다.’


‘문화의 수준이 상승하면서 소유의 거친 행복을 향한 열망이나 소유물의 양을 늘리려는 욕구, 급격히 식어서 어두운 불만족만을 남기는 그런 욕망은 약해졌습니다.’


‘신체적인 양육에 대한 정성과 수십 세대에 걸친 깨끗하고 올바른 생활이 여러분을 인간 심리의 세 번째로 무서운 적인 공허하고 게으른 영혼의 무심함으로부터 해방시켰습니다.’


지루함에 죽을 것 같다면 읽어보라. 50년대 소련의 과학자가 생각한 이상적인 유토피아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 단 소설을 읽는 재미는 포기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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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