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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와 선비

2020. 1. 21. 10:40 from Lectura
  • 2020.1, 백승종 지음
 
기사라는 이상은 매력적인 만큼이나 모순적이다. 봉건질서에 순응 하면서도,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존재가 기사이다. 우리는 모순에 매력을 느낀다. 모순은 현실에서 실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려운 만큼 이상으로 격상된다. 선비도 기사라는 개념과 마찬가지로 모순적이다. 조선시대 지배층을 이루었으면서도 지식을 추구하였던 사람들. 이 책은 서양의 기사/신사와 선비의 개념을 비교하면서 단절된 우리의 전통문화를 되 짚는다.   
 
많은 문화권의 지배층은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 하기 위한 다양한 이유를 만들어낸다. 고대 왕족들은 신이 선택했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지배를 정당화했다. 중세로 넘어오면서 사회가 복잡해지고, 지배층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정당화가 필요하였고, 이를 충족시킨 것이 기사도라는 개념일 수 있다. 근대로 넘어오면서 이 개념은 ‘신사’라는 개념으로 계승/변형되었고, 후에는 시민이라는 개념으로 확대되었다. 많은 사람이 모여 무리를 만들어내고 계층 구조가 발생하면, 특정 인물이 왜 계층 구조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는 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늘 필요하다. 그것이 비록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하더라도, 그런 이상화된 개념이 만들어졌다는 사실 자체를 유의해봐야 한다.  
 
조선에는 선비가 있었다. 선비란 누구인가? 기본적으로 성리학에 입각하여 자기 자신을 닦으며, 기회가 주어지면 관직에 나가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지식인 계층이였다. 물질적인 가치보다는 정신적인 가치에 방점을 두고, 사리사욕을 채우거나 탐욕을 경계하면서 자연과 하나되는 경지를 추구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잘 몰랐던 조선사회의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서 좀더 알게 되었다. 조선시대는 기독교 이상에 기반한 중세사회와 유사한 면이 있었다. 형이상학적인 성리학에 기반하여 여타 다른 사상적 변화를 용납치 않았던 것이다. 이상화된 사회를 상정하게 이에 대한 반론을 용납치 않았다는 점에서 중세사회와 무척이나 유사하다. 이런 측면에서 선비는 중세의 성직자들과 유사하다. 높은 이상을 추구하였지만 현실적으로는 위선적인 면이 많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읽으면서 내가 밑줄 친 구절들은 다음과 같다. 
 
  • 선비들은 경제발전을 통해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선비의 삶은 내면의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바로 그 점에 조선 사회의 중요한 특징이 있었다. 
  • 과거시험 공부는 학자가 정신을 쏟을 일은 아니다. 그런데 국가가 인재를 뽑는 방법이 이 한길뿐이지 않은가. 완급과 선후의 분별을 잘 살펴서 과거 준비를 하는 것이 좋겠다. 하찮은 외부의 욕망 때문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작은 유혹 때문에 소중한 것을 변치 않을 수만 있다면, 과거시험 준비에 매달리더라도 선비들 자신에게는 해가 되지 않을 것이다. 
  • 비옥한 토지를 널리 차지하는 것이야말로 자손을 위한 계책이라고 여기는 자들이 우리 족계에 들어와 있다면, 그 어리석음이 어찌 딱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하여 남과 다투어 송사를 벌이고 모질게 싸워, 이 난리에 살아남은 외로운 이웃과 화목을 도모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 인간의 삶에는 일신의 안일과 부귀영화보다 몇 갑절 귀한 가치가 따로 존재한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흉내조차 낼. 수 없이 높은 경지였다고 생각한다. 
 
모두 물질적인 것을 뛰어넘는 가치를 추구한 선비를 묘사하고 있다. 아마도 나에게는 선비의 이러한 측면이 가장 깊은 울림을 주는 것이리라. 현대인의 삶에서 선비를 재해석해서 접목할 수 있는 부분도 바로 이 점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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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