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6.08.22 직장 상사 유형론에서 나는 어떤 타입일까?

회사 술자리에서도 자주 이야기하고 인터넷에서도 나름 잘 분석이 된 직장 상사 유형론이라는 것이 있다. 직장 상사를 능력의 축과 부지런함 두개의 축으로 구분하는 내용인데, 이에 따라 4가지 타입의 직장상사가 나오게 된다. 즉, '똑게', '똑부', '멍부', '멍게'가 각각 그것이다. 


이 유형론에 따르면 부하직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똑게형 상사이지만, 현실에서는 멍부 스타일이 가장 많다는 것이 그 핵심이 된다. 나중에 이 상사유형론은 동일한 구분의 부하직원유형과의 상성을 논의하는 아래와 같은 분석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감탄해 마지 않으므로 현실적으로 상당한 진실을 포함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런데, 뭔가 불편하다. 이 유형을 본 많은 사람들을 본인을 똑부, 내지는 똑게스타일이라고 생각할 확률이 상당히 높다. 내가 아는 전형적인 멍부인 김부장은 과연 스스로를 멍부로 생각하였을까? 이런 성격 유형이 인기있는걸 보면 객관적으로 많은 사람이 멍부 혹은 멍게여야 한다. 하지만, 내가 멍부/멍게가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확증할 수 있을까? 내가 느낀 불편함은 바로 이런 인식론적인 의문에서 출발한다. 주변사람들이 평가하는 유형이 있고 이 유형이 상당히 맞다라고 생각해도, 나 스스로 어떤 유형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보자, 대부분의 회사일은 비교적 기계적으로 진행된다. 회사 업무를 이해하거나 파악하는데 있어서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을 이해할만한 지능이 필요로 하는 경우는 없다는 말이다. 기초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 시간을 갖고 파악하면 지능이 부족해서 일을 못하는 경우는 (아예 없다고는 못해도), 그리 많지 않으리라는 것이 내 추측이다. 질문을 바꿔서 누군가 회사 일을 할때 본인의 지능이 딸려서 일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렇다면 과연 위에서 이야기하는 멍청함과 똑똑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여기서 이야기하는 똑똑함은 지능이라기 보다는 '본인의 업'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 싶다. 즉 본인이 하고 있는 업무에 대한 관심,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부하직원이 보기에 똑똑해 보이는 것이고, 아무리 지능이 높아도 본인의 업에 관심이 없으면 '멍청한' 상사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주위에 개인적으로 이야기해보면 똑똑한데, 자기의 일에서 삽질을 연발하는 사람들을 자주 관찰하게 된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자체에 대해서 관심이 별로 없고, 세부적인 사항이나 실무적인 내용에는 관여를 하고 싶어하지 않는 성향이다. 주로 보고서를 멋지게 만들거나, 윗 사람에게 실제로 발생한 내용을 잘 정리해서 전달해주는데 힘을 쓴다. 때문에 상사와 관련되어 일할때는 스마트 하지만, 아랫사람과 협의를 할때는 본인의 협소한 관심사를 벗어나면 통 이해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위 유형론에 나온 '부지런함' 역시 다르게 조명되어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말하는 부지런함은 개인의 근면성과는 관련이 없다. 오히려 '승진에 관심이 있는가' 라는 질문이 근면성을 판별하는 기준이 된다. 조직에서 더 위로 올라가고 싶은 사람은, 승진의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어필하기 위해서 열심히 한다는 인상을 주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성향이 주변 사람에게는 '부지런하다' 라는 평가를 내리게 한다. 일이 있는 경우는 물론이고, 일이 없는 경우에도 만들어서 진행한다. 


결론을 내려보자. 


나는 지금하는 일이 좋다. 승진은 별로 관심이 없다. 이러면 '똑게'일 확률이 높다. 윗 사람에게 어필을 하는데 그래도 존재하는 일을 기반으로 부지런을 떨면 '똑부', 본인이 하고 있는 일 자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승진을 하고 싶어서 필요하지도 않은 쓸데없는 일을 만들어내면 '멍부' 되시겠다. 하고 있는 일도 관심없고, 승진도 관심없고 그냥 먹고 살려고 회사를 다닌다. 이러면 '멍게'이다.  


그럴듯 한가?      

저장저장

'내가 쓴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듄 신장판 리뷰  (0) 2021.02.14
블로그에 대한 변명과 새로운 각오  (0) 2016.05.22
Les Misérables  (0) 2012.12.25
재태크의 역설  (0) 2012.06.14
NPR 추천 Fantasy/SF 100선  (0) 2011.10.20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