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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2016. 6. 6. 03:07 from Lectura



- 2016.6, 유발 하라리 지음/조현욱 옮김


특이점에 대한 빅히스토리적인 각주, 혹은 최근 SF 트렌드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


인류가 미래에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가 있다. 최근의 SF는 단순히 우주를 모험하는 활극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류가 과학 기술을 통해 에너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물질과 마음의 문제를 극복한 이후를 다루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예를 들어, 리처드 모건의 ‚다케시 코바치’ 시리즈에서 주인공은 (http://lectura.tistory.com/385) 항성간 통신망을 통해 자신의 마음을 업로드/다운로드 해서 새로운 육체로 갈아입을 수 있는 기술이 존재하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다. culture 시리즈에서는 기술발전을 통해 물질적인 한계를 극복한 불사에 가까운 인류가 주인공들이다(http://lectura.tistory.com/36).


이런 다양한 SF의 아이디어들은 결국 기술발전을 통해 인류가 손에 넣은 새로운 능력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작가들의 답변 목록이라고 볼 수 있다.


유발 하라리는 ‚빅히스토리’의 관점에서 사피엔스라는 종의 시초부터 미래까지를 개괄한다. 이를 위해 인류학, 생물학, 경제학, 고고학 등의 연구결과를 오가며 흥미로운 지적 여정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자칫하면 산만하기만 한 지식 나열에 가까울 수 있었을텐데,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새로운 통찰력을 보여준다.


- 오늘날 사람들이 휴가에 많은 돈을 쓰는 이유는 그들이 낭만적의적 소비지상주의를 진정으로 신봉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해외로 혹은 멀리 휴가 혹은 여행 떠나는 것이 당연한 욕구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현대에 와서 만들어진 것으로 과거 수천 수만년동안 인류는 휴가라는 개념이 없이 살아왔다고 이야기한다. 소유를 위한 소비는 대체적으로 피해야 할 것이지만, 경험을 위한 소비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내 입장에서는 신선한 생각이었다.


- 농업혁명 이후 수천 년에 이르는 인간의 역사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인류는 어떻게 자신들을 대규모 협력망으로 엮었는가? 그런 망을 지탱할 생물학적 본능이 결핍된 상태에서 말이다. 간단하게 답한다면, 그것은 인간이 상상의 질서를 창조하고 문자체계를 고안해냈기 때문이다.


생산성의 향상을 단순히 기술의 발달로 파악하지 않고, 사람들 사이의 협력을 조직화해내는 방법의 발전이라는 측면으로 보고 있다. 생물학적인 협조의 한계인 수백명 단위를 넘어서는 규모의 협력은 사람들 사이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상상에 의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즉 국가, 주식회사와 같은 가상의 혹은 상상의 실체를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하기 때문에 대규모의 협력이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다.


- 현대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미래를 신뢰하는 덕분이며, 자본주의자들이 이윤을 생산에 재투자할 의사가 충만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은행이 하나의 거대한 사기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은 그리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유발 하라리는 이러한 사기가 무엇을 위해 필요한지, 또 무엇을 이루었는지 주목한다. 은행이 포함되는 사기, 즉 신용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늘보다 나은 미래’라는 상상이 공유되어야 가능하다는 중요한 점을 지적한다. 즉, 은행 시스템이란 단지 정교한 기술일 뿐만이 아니라, 그 기술을 가능하게 하는 사람들 사이의 신뢰에 기초하고 있다는 통찰이다. 우리나라에서 전세라는 제도가 가능한 이유와도 맞닿아있다. 사람들이 모두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는 소유자가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전세라는 제도가 오늘날까지 존재할 수 있었다.


- 부처의 가장 심원하고 중요한 통찰은 따로 있다. 진정한 행복은 주관적 느낌이나 감정과도 무관하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가 스스로의 주관적 느낌을 중요하게 여기면 여길수록 우리는 더 많이 집착하게 되고, 괴로움도 더욱 심해진다. 부처가 권하는 것은 우리가 외적 성취의 추구뿐 아니라 내 내면의 느낌에 대한 추구 역시 중단하는 것이다.


이 역시 불교 교리에 나름 관심을 갖고 공부하던 내게는 새로운 시각이었다.


결론부분에서 저자는 과학기술을 이용한 인류의 다음 단계를 예상한다. 생명이 엄청나게 연장되거나, 심지어는 죽음을 극복하고, 인류를 포함한 다른 생물들에 대해 신과 같은 능력으로 진화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지구상에 출현한 최초의 종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의 우리는 우리의 후손들이 그런한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 알 수 없다. 혹은 그들이 생각하는 삶의 의미와 행복의 정의조차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그런 세상은 눈앞에 와있고, 이미 우리의 힘으로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 부분에서 이 진지한 거시역사서는 SF의 영역을 침범한다.


엄밀한 과학적 사실들에 기초해서 특이점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제안하는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로우 면서도 흔치 않은 독서경험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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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