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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재 바가바드 기타

2016. 5. 22. 17:37 from Lectura




- 2015.11, 정창역 역


대부분의 종교는 믿음을 요구한다. 삶이 좋든 나쁘든, 유일신의 존재와 그 신이/ 내 삶을 주관할 것이라는 생각을 계속 유지할 것을 요구한다. 사제들은 믿음이 좋으면 복을 받고, 믿음이 약해지면 불운이 닥칠 수도 있다는 협박을 하기도 한다. 아주 기초적인 수준에서보면 종교란 내 믿음을 대가로 주고, 삶에 대한 안정을 기대하는 거래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적인 종교활동이 아니라 각 종교의 근원을 파고들어가 보면 의외로 다른 생각을 접할 수 있다. 진정한 믿음은 이런 기복사상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니라 결과와는 관계없이 삶을 가치있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삶이 가치있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늘 무엇인가를 욕망하며 살아가는데, 욕망이 충족되지 못하면 불행해 진다. 욕망이 충족되지 못하더라도 불행히지지 않을 수 있을까? 심지어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바가바드 기타는 인도 철학을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책 중에 하나라고 알려져 있어서, 이번에 시도해 보았다. 의외로 도가 및 불가의 철학과 많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남는 단 한가지의 교훈은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행동하는 것’ 이다. 바가바드 기타에서는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 것을 가장 중요한 행동 원칙으로 제시한다. 결과를 기대하고 행위를 하게 되면, 그 결과에 따라서 행복해지거나 불행해진다. 이렇게 결과를 기대하면서 행위를 하는 한 끝없는 인과의 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가르침. 때문에 올바르게 행위를 하는 것은 결과를 기대하지 않고 모든 행위를 신에게 바치는 것이다. 도가에서는 이런 행위(혹은 행위하지 않음)을 '무위’라고 하고, 불교에서는 이런 경지를 '해탈’이라고 일컫는다.


4장 14~15절

 나는 어떤 행위에도 종속되지 않는다.

 나는 행위의 결과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행위도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것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사람은 행위에 속박되지 않고 자유롭다.

 이 진리를 깨달은 이들은 깨달음을 얻은 후에도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므로 그대도 고대의 현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대의 일을 계속 해 나가라.

 행위에 종속됨 없이 그대의 의무를 수행하라.


사람의 거의 모든 행위는 욕망에 따라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욕망이 바로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 어떻게 하면 욕망이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행위를 하되 결과에 초연한 상태로 행위를 하는 경지에 이르면 된다.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해야 할 일을 하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결과가 좋아도 기쁠일 만은 아니고 결과가 나빠도 슬퍼할일 만은 아니게 된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덤덤하게 살아가게 되는 것. 이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욕망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렇게 행위에 초연한 상태로 행동을 하고 이 상태에 머물게 되면 어떤 종류의 자유로움을 얻을 수 있고, 이원론에서 벗어나 만물이 하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고 한다.


현대의 여러 심리학 연구를 참고해보더라도 욕망을 충족시키는 것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일상적인 행복은 삶에서 작은 것들을 통해서 더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살면서 행복할 수 있다면, 굳이 알지 못하는 사후의 세계를 걱정하며 지금을 '투자’할 필요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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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