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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덕의 불운

2013. 4. 14. 09:12 from Lectura


2013.3, 사드/이형식 옮김


선한 자가 상을 받고 악한이 벌을 받는 단순한 법칙이 세상을 살면서 늘 지켜지지 않는 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으며, 이는 이 세상을 자신이 창조했다고 주장하는 신의 목소리를 기록한 책에서도 '욥' 이라는 사람의 실례를 들어 잘 설명하고 있다. 

'미덕의 불운' 은 성경에서 이야기하는 욥과 정확하게 같은 운명을 겪게 되는 한 여인의 이야기이다. 순수하게 선한 마음과 신에 대한 지고한 열정을 갖고 있지만, 하는 모든 일 마다 안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불행한 여인. 그녀가 행하는 모든 착한 일은 주변의 착한 사람들을 파괴하고, 그녀가 나누는 인정은 자신의 불행으로 되돌아 온다. 때문에 사드는 작중 인물의 입을 통해 이 세상에 영향을 미치는 신이라는 존재와 인간의 행동에 따라  향후 그 사람의 일에 유리하게도 불리하게도 작용하는 도덕이란 없다고 단정한다.
 
  • 섭리에게는 대등한 악의 총화와 미덕의  총화가 필요하기 때문에, 하나의 개인이 어느 편을 택하든 그에게는 지극히 무관심한 일이에요. 

심지어는 종교와 도덕을 사기에 비유하며 조롱하기도 한다. 

  • 신의 의도라는 것의 실체는, 사기꾼이 가장 강한 자를 포박하는 데 사용하는 환상의 쇠사슬이야.

18세기 말 19세기를 산 사드 후작이 생각하는 종교와 도덕은 바로 약자를 옭아매기 위한 강자들의 사기술. 그 이상은 아니었다. 이와 같은 언급들은 20세기를 연 니체의 철학을 연상시킨다.  

  • 그러나, 쏘피, 네가 나에게 요구하는 감사의 정 따위를 자연은 모르고 있어. 다른 사람에게 은혜를 끼치며 즐긴 쾌락이, 은혜를 입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권리를 상대방에게 할애할 동기가 된다는 것은 절대 자연의 법칙에는 존재하지 않았어. 죽을 때까지 우리들을 위해 일하는 짐승들에게서 지금 네가 그토록 뽐내어 내세우는 그러한 감정의 예를 볼 수 있어?

사드 후작의 작품에 대해서는 익히 많이 들어왔으나, 본 작품은 그 명성에 미치지 못하는 완화된 묘사에 그치고 만다. 작품의 묘사가 문제 될 정도라기 보다는 무신론적인 사상이 눈에 띄는 정도. 과거의 족쇄를 풀어내기 위한 그의 노력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었고, 오늘날 우리는 그와 같은 사람들의 투쟁 덕분에 절대적인 가치가 사라진 세계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절대적인 가치가 사라진 황량한 세계에서 우리가 무엇에서 의미를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야기 해주지 않는다. 그것은 온전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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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