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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11.23 디지털 미니멀리즘
  2. 2018.07.30 To Have or To Be

디지털 미니멀리즘

2020. 11. 23. 15:24 from Lectura

 

  • 2020.11, 칼 뉴포트 지음 / 김태훈 옮김

기술이 발달할 수록 우리의 시간은 잡동사니에 소비된다. 먹고, 잠자고, 휴식을 취하기 위해 필수적인 활동이 쉽게 이루어질 수록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시간이 늘어나고, 우리는 그런 시간들을 생산적이지도 않고 만족스럽지도  않게 소비한다. 

 

IT 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류에게 주어진 새로운 장난감은 바로 핸드폰. 이것 덕분에 우리는 무의미한 시간 소비 활동을 짬을 내서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수시로 이메일/SMS/SNS를 확인하고, 생각이 날때 마다 새로운 딜을 찾아다닌다. 같은 엘리베이터를 탄 동료와의 어색함이 참기 힘들어 대화를 시작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바쁘게 확인할 필요가 있는 양 핸드폰을 바라보며 , 무례를 감춘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의 그러한 태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페이스북과 같은 거대 기업이 이윤을 창출 하기 위해 정교하게 엔지니어링 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신문에서부터 시작된 광고사업의 거대한 후계자인 구글, 페이스북 같은 IT 기업들은 A/B 테스트를 통해 보다 많은 반응을/클릭을 이끌어내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 결과가 별다른 일이 없으면 무의식적으로 페이스북 앱을 열어서 시간을 보내는 지금의 우리들이다. 

 

저자가 제시한 해법 중 가장 맘에 드는 것은 디지털 기기를 통한 무의미한 행위를 대신할 수 있는 여가 시간을 만들라는 방안이다. 마약에 빠져드는 이유가 그것을 대신할 만한 다른 활동을 찾지 못해서라는 주장도 있지만, 우리가 해로운 행위에 중독적으로 빠져드는 것이 개인의 의지력 문제만은 아니라는 다양한 증거가 있다. 이때문에 습관이 중요하고, 하루하루의 삶에서 질서를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상 깊었던 구절들...

 

  • 편의성이 안기는 만족감은 일시적이며, 그 혜택을 놓치는 데 따른 아쉬움은 금세 사리진다. 반면 시간과 주의를 기울일 대상을 스스로 정하는 데서 얻는 의미 있는 기쁨은 아주 오래간다. 

  • 디지털 도구가 제공하는 손쉬운 딴짓보다 나은 양질의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디지털 도구가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친구의 목소리를 듣거나 친구와 커피를 마시는 것이 포스트에 붙는 '좋아요'로 대체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 '해결해야 할 문제, 난관, 필요의 존재에 그 가치가 좌우되는' 활동으로만 삶이 구성되면 존재론적 절망에 취약해진다. 

  • 실존을 가로막는 장벽을 세우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유투브 이전에는 아무생각 없이 텔레비전을 보고 술을 마시면서 깊은 질문을 회피했다. 21세기 주의 경제의 첨단 기술은 특히 이 일을 잘한다. 

  • 컴퓨터로 접속할 때 로그인해야 한다는 사소한 불편만으로도 차라리 소셜 미디어를 쓰지 않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런 경우 해당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도 놀라며 인정한 대로 이전에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소셜 미디어 서비스는 사실 편리하게 딴짓을 할 수 있는 수단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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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

To Have or To Be

2018. 7. 30. 09:19 from Lectura



- 2018.7, Erich Fromm


아마존에서 에리히 프롬의 책을 자주 할인해서 읽었던 책이지만 예전 기억도 되살릴겸 구매. 고전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고등학생 시절에 처음 읽고, 영문판으로 다시 읽었다. 좋은 책은 다시 읽으면 새롭게 다가온다. 요즘 내가 고민하는 소비의 문제, 경제에 대한 고민들이 이미 이 책에서 논의되었다. 어렸을때 읽고 나서 기억에 남는 것은 소유하는 삶과 존재하는 삶 사이의 비교였다. 다시 읽고 나니 프롬의 논의는 현대인의 삶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프롬의 주장에 따르면 현대 사회는 가장 저열한 물질주의에 기반한 경제 체제를 가지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의 문제가 아닌 공산주의와 사회주의도 공유하는 문제이다. 우리의 경제체제는 소비가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가정한다. 이를 위해 근면하게 일해서 번 돈을 소비할 것을 권장한다. 이런 대량 소비는 다시 대량의 생산을 필요로 하고, 생산과 소비의 두 바퀴는 영원한 생산력 증대를 향해 굴러가게 된다. 우리의 여가시간은, 프롬에 따르면, 자동차/TV/여행/Sex로 채워진다. 하지만 우리들은 소비를 하면서도 부족을 느끼고 더 많은 것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불만족은 궁극적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이런 삶의 방식이 인류 역사와 계속 함께한 것은 아니다. 인류의 스승들은 소유가 아닌 공유와 사랑에 기반한 삶을 설파했다. 비록  당시에도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산 것은 아니었지만, 최대한의 소비와 소유를 바람직한 삶으로 삼지도 않았다. 이렇게 소유에 기반한 삶의 방식으로부터 공감이 아닌 소유 관계로 살아가는 성격유형이 생겨났다. 프롬은 이를 ‘Marketing Character'라고 말한다. 이는 자신의 가치를 직업 시장에서의 교환 가치에 의해 정의하는 성격유형을 말한다. 이러한 유형은 시장에서 유용하다는 평가를 얻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성격을 변화시킨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성격은 ‘명랑하고, ‘건전하고, ‘공격적이며, ‘야망적인’ 성격이다. 스스로가 설정한 가치가 아닌 시장 가치에 맞추어 살아가기 때문에 주도적인 삶을 살기가 어렵고, 소유를 목표로 살아가지만, 자신이 가진 무엇에도 애정을 갖지 않는다. 이것은 고대로부터 완전한 인간 유형으로 이상화된 ‘영웅’과는 다르다. 영웅은 자신만의 목표를 가지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유형이다. 영웅(Hero)이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사는 존재이다. 그리고 영웅이야 말로 실존하는 삶의 형태이다.  

종교가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던 시기에는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긍정적인 것까지는 아니어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고, 심지어는 종교적인 관점에서 극복해야 할 시련으로 받아들였다. 현대의 인간에게 삶의 시련은 자신의 삶이 잘못되었다는 부정적인 평가 이외의 것이 아니다. 모두들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나만 불행하다면 어딘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원인은 나, 정치, 경제시스템, 사회, 종교 일 수 있다. 오늘날 이처럼 압도적인 물질적인 풍요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불만스러워하는 이유의 저변에는 영웅적인 삶에서의 분리라는 문제가 자리 잡고 있지 않을까?  우리는 ‘영웅’이라는 목표로 부터 멀어지면서 삶의 가치를 잃어 버린게 아닐까?

프롬이 생각하는 존재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듣자면, 신이 없는 영적인 삶(Spiritualism without God)의 개념과 유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류가 삶의 목적에 대해 고민한 내용들은 신화와 종교 영역에 남아있다. 종교에서 신에 대한 숭배를 제외하고 남는 것이 신화이고, 신화란 삶에 대한 인류의 지혜라고 보면, 이 책은 신화가 이야기하는 삶을 풀어서 설명해주는 해설서이다.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