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8.05.13 The Big Picture: On the Origines of Life, Meaning, and the Universe Itself
  2. 2013.06.12 우주의 구조





  • 2018.5, Sean Carroll

입자물리학에서부터 자유의지, 도덕을 아우르는 그야말로 거대한 주제에 대한 책. 결론적으로 새롭다기 보다는 지금까지 현대 과학을 통해 알려진 사실들을 바탕으로 형이상학의 해체를 시도하는 책이라고 봐야 할듯. 물리학자인 작가의 이력때문인지 물리학에 대한 정리로는 좋지만, 철학 방면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기는 힘들다. 

현대 과학의 발달로 인해 우리는 인간이 물질적인 존재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안다. 세계는 물질이고 이를 벗어난 다른 것은 없다. 그렇다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의 존재 이유는? 그런 것은 없다. 우리는 단지 물리법칙에 의해 여기에 존재하고, 맹목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게 전부이다. 어떻게 살아야할까? 이 질문에는 각자 답을 찾아야 한다. 그 답을 과학에서 찾을 수는 없지만, 최소한 과학을 활용해서 무엇이 부적절한 목표인지를 판단할 수는 있다. 예를 들면 누군가 삶의 목표는 신의 뜻에 맞추어 사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과학이라는 틀을 활용해서 그 주장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삶의 목표나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도덕적인지에 대한 수많은 답들이 존재할 수 있다. 그 중 현대 과학의 관점에서 거짓이라고 판명되거나, 참일 확률이 적은 주장이 있다면 이런 주장은 먼저 걸러질 수 있다. 그렇게 걸러지고 남은 많은 관점은 각자의 주관대로 취향대로 고르면 된다. 한 관점이 다른 어떤 관점보다 더 참이거나 더 우월할 이유는 없다. 이것이 내가 이해하는 Poetic Naturalism이다. 

이런 관점에서 Jordan B. Peterson 교수가 이야기하는 Chaos vs Order 라는 이야기는 어떨까? Peterson 교수에 따르면, 많은 영웅 신화가 혼돈을 마주해서 극복하고 이를 통해 얻어진 질서와 함께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을 의미한다. 즉 생명의 기본 작용을 혼돈과 질서의 유기적인 관계로 이해한 것이다. 세상은 혼돈이다. 인간은 삶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런 혼돈과 마주해야 한다. 어린 시절에는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기 때문에 혼돈과 마주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바로 천국으로 기억되는 이유. 하지만,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서는 천국을 나와야만 한다. 주체성을 획득하기 위한 댓가가 혼돈과 마주침인 이유이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혼돈과 마주하고 극복해야 한다. 이렇게 얻어진 것이, 일상의 편안함인 질서이다. 이 과정은 한번으로 끝나는것이 아니라, 삶의 모든 단계에 지속적으로 일어난다. 혼돈과 마주침을 피하고 너무나 오랫동안 질서에 머무르다보면, 그 사람의 삶은 화석화되어 버린다. 순수한 혼돈과 마찬가지로 순수한 질서는 생명을 말려버리는 사막이다. 생명은 삶은 이러한 혼돈과 화석화 된 질서 사이를 계속해서 방황하는 어떤 것이다. 혼돈을 질서로 변모시키는 과정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위와 같은 이론은 Poetic Naturalism 입장에서는 훌륭한 하나의 관점이다. 과학적 사실과 불일치 하는 면은 없으면서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제시해준다. 이 이론의 또다른 장점은 누군가 머리 좋은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생각해 낸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신화와 종교라는 형태로 집대성한 우화를 현대적인 과학의 관점에서 풀어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과학이라고 해도 수학처럼 절대적인 진리를 증명하거나, 물리학 처럼 실험을 통해 증명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반대로 위의 진술이 물리학이나 수학적인 진리와 배치되지 않는다. 또한 뇌과학이나 진화론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사실이 있다면, 이러한 지식을 포함하기 위해 위의 이론이 수정될 여지도 충분하다. 저자에 따르면 Jordan B. Peterson 교수의 이론은 신이라는 존재를 가정하고 있는 기독교적인 믿음보다는 훨씬 Poetic Naturalism에 부합하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래 문장들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잘 나타내고 있다.  
  • It's a different kind of challenge to accept the world for what it is, to face reality with a smile , and to make our lives into something valuable.
  • Poetic naturalism sits in between : there is only one, unified, physical world, but many useful ways of talking about it, each of which captures an element of reality.

전체적인 구성은 여섯 개의 파트로 이루어져있다. 
  • Cosmos : 저자가 이야기하는 Poetic Naturalism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물리학이 이해하는 현실 세계의 작동 원리를 정리해준다. 
  • Understanding : 인식학적인 파트. 베이시안 정리를 이용해서 외부 현실에 대한 가정을 수정해 나가는 방안을 설명한다. 
  • Essence : 1,2 파트를 바탕으로 형이상학의 해체를 시도한다. 
  • Complexity :  창조론과 진화론을 비교하며 신이라는 개념이 과학적으로 무의미함을 이야기한다. 
  • Thinking : 의식과 자유의지에 대한 파트. 
  • Caring : 가치와 도덕에 대한 파트.

인상적인 구절들...
  • Looking for causes and reasons is a deeply ingrained human impulse.
  • The reason why there’s a noticeable distinction between past and future isn’t because of the nature of time ; it’s because we live in the aftermath of an extremely influential event : the Big Bang.
  • The question being addressed by Bayes and his subsequent followers is simple to state , yet forbidding in its scope : How well do we know what we think we know?
  • there are many ways of talking about the world, each of which captures a different aspect of the underlying whole.
  • something is “ real ” if it plays an essential role in some particular story of reality that, as far as we can tell, provides an accurate description of the world within its domain of applicability.
  • Does new , credible evidence seem incompatible with your worldview ? We should give it extra consideration , not toss it aside.
  • Can we make sense of consciousness and our inner experience without appealing to substances or properties beyond the purely physical ? Can we bring meaning and morality to our lives , and speak sensibly about what is right and what is wrong?
  • Poetic naturalism is “ poetic ” because there are different stories we can tell about the world, many of them capturing some aspects of reality , and all useful in their appropriate context.
  • That there are no objectively true moral facts out there in the world ? Yes . But admitting that morality is constructed , rather than found lying on the street , doesn’t mean that there is no such thing as mor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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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

우주의 구조

2013. 6. 12. 17:02 from Lectura




- 2013.6, 브라이언 그린 / 박병철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사용하던 교과서들이 재미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지식만을 간추리다 보니, 지나치게 추상화된 탓이 아닐까 싶다. 많은 과학적 발견 뒤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고, 과학적 발견이 진행된 전후 사정에 대한 이야기마저도 증발된 퍽퍽한 사실의 나열에 지나치 않다 보니, 실무를 위해 당장 필요한 지식을 발췌할 정도로만 활용하는 회사원이라면 모를까, 그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내 것으로 만드는 목적에는 너무나 부적합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 책은 최신 물리이론을 설명하는 책임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 아마도 이 재미있다라는 것은 이와 같은 교양과학서에서 결코 가볍게 취급할 수 없는 중요한 덕목이리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양자이론, 빅뱅, 초끈 이론  등을 다루는 이 책은, 기본적으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질문에 대한 현대 물리학의 최신 답변이다.  

시간은 언제 부터 시작되었을까? 공간이란 무엇인가? 물체를 계속해서 분해해 나가면 무엇이 남을까? 등의 질문에 대해서 모든 궁금증을 해소할 정도의 궁극적인 답변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가장 최신의 답변을 내준다. 시간은 전 우주에 걸쳐서 동일하게 흐르고 있고 단지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물체에서만 느리게 간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 책을 읽으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물체는 분자로 이루어져있고, 분자는 원자로 이루어져있으며 이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있는데, 이 전자는 지구가 태양의 주변을 돌듯 원자핵의 주변을 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 역시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이 책을 읽고나서 알게 된 점들…

- 시간이 미래를 향해 '흘러간다' 라는 사실은 당연한 것이 아니고 물리적으로는 이유를 밝혀 내야할 만큼 예외적인 상황이다. 
- 전 우주의 모든 공간에는 '힉스장' 이라는 실험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장'으로 가득 차 있다. 
- 이 책에서 힉스입자는 이론적으로만 존재했으나, 작년에 행한 실험에 의하면 물리학자들은 거의 확실하게 힉스입자를 발견했다고 한다. 
- 양자역학이 적용 가능한 아주아주 미소한 레벨에서는 하나의 물체가 특정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지 않다. 예를 들어 하나의 전자는 한 시점에 '이 위치'에 있을 수도 멀리 떨어진 '저 위치'에 있을 수도 있다. 즉, '지역성'을 갖고 있지 않다.  
- 하나의 광자를 나누면 서로 반대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데, 이때 두 개의 광자는 어떤식으로든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아무리 두 광자 사이의 거리가 멀더라도! 어떻게 정보를 교환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물리학자들도 풀지 못하고 있다.  
- 최신의 M브레인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3차원 이외에 다른 차원이 있다하더라도 광자가 3차원을 이탈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여분의 차원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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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