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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2.16 Zen and the art of motorcycle maintenance : An inquiry into values



Robert M. Pirsig


세 번째 독서. 첫 번째는 원서로, 두 번째는 번역본(두번째 읽고 작성한 감상문의 링크는 여기 http://lectura.tistory.com/18)으로, 마지막 세 번째는 다시 원서로 읽었다. 하지만, 읽을 때 마다 새로운 감상을 얻는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첫 번째 읽을 때 다르고, 세 번째 읽을때 감상이 다르다. 


세 번째 읽고 느낀 것. 이 책은 사람이 삶에서 물질 이외에 어떤 것을 추구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긴 답변이라는 생각이다. 합리성에 기반한 서구적 정신은 주체와 객체의 분리를 통한 세상에 대한 조작을 가능하게 했다. 이중에서 객체에 대한 탐구를 우선시 하는 정신을  Classic Understanding이라고 칭하였고, 이러한 정신의 시작을 그리스로 생각하였다. 반대로 Romantic Understanding은 주체의 입장을 중요시 하는 정신으로 사물에 대해서는 다소 피상적인 이해를 갖는다. 이 두 가지 관점의 분리는 근본적인 것으로 현대인의 생활 속에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피르시그는 오늘날 현대인들의 문제 중 큰 부분이 이러한 이원론에 기인하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1970년대 까지 황금 시절을 구가하던 미국인들은 삶에서 물질 이외의 가치를 찾기 시작한다. 그 전 세대들이 물질적인 풍요함이라는 아메리칸 드림을 가졌다면, 원했던 풍요를 얻고 난 세대는 다른 가치를 추구하였다. 그렇게 해서 나타난 반동이 히피 운동이었다. 하지만, 히피들이 추구한 ‘자유’는 삶의 지향점이라기 보다는 시대에 뒤처진 과거의 방식을 거부하는 수동적인 가치였다. 이때 이 책을 통해 피르시그가 주장한 것은 예전 그리스인들이 추구한 ‘아레테’이다. 삶에서 꼭 남이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도 본인이 추구하는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의미하는 ‘아레테’는 자본주의를 알지 못했던 고대인들이 추구했던 인생에서의 이상이었다. 이것은 도를 추구하던 동양의 자기수양과도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아레테’를 현대적인 철학의 개념으로 설명한 것이 바로 Quality이다.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이것이 저것보다 낫다라는 의미로 사용되지만, 저자에 따르면 결코 정의될 수 없는 단어이다. 우리는 ‘객관적인 것’을 정의할 수 있지만, ‘주관적인 것’은 정의할 수 없다. 때문에 저자가 이야기하는 Quality는 객관적인 것이 아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순수하게 주관적인 것도 아니다. 어느 정도까지는 우수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사람들 사이의 의견이 동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할 수는 없지만 존재하는 무엇이 바로 ‘Quality’인 것이다. 이것은 순수하게 객관적으로 기준을 정할 수가 없는 주체적이면서도 객체적인 무엇이다. 


이러한 Quality는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 될 수도 있다. 온전하게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지만, 주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기준. 바로 이것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일생의 지향점이 될 수도 있다. 예전 우리의 조상들도 그랬고, 그리스인들도 그러했다. 인류가 이 내재적인 기준에서 멀어지면서 현대인들이 겪는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인듯 싶다. 


마침 이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미국에서 일어났던 성혁명에 대한 글(http://www.healingdao.com/cgi-bin/articles.pl?rm=mode2&articleid=35)과 도덕경을 함께 읽었는데, 묘하게 서로 연결이 되면서 좀더 풍요로운 독서가 되었던 듯 싶다. 성생활에 있어서도 히피들은 무제한의 자유를 추구했지만, 결국 남은 것은 방종한 성생활로 인한 권태 (였다고 한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찾은 것이 탄트라나 기공술을 통한 영적인 각성이었다. 


예전에 연세 많은 교수님들이 이야기하시던, 서양 철학이 정작 동양에서 답을 찾고 있다라는 이야기의 실례라고 할 수 있겠다. 동양적인 가치에서 물질주의에 대한 해답을 발견했던 서구는 지금은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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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