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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3.03.31 The Dawn of Everything: A New History of Humanity
  • 2023.3, David Graeber, David Wengrow
 
조던 B. 피터슨 교수는 Hierarchy 가 인간 본성에 내재한 원형이라고 이야기한다. 가재조차도 가지고 있는 본능에 가까운 원형이라는 개념은, 그의 주장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비웃음의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유발 하라리는 인간이 동물과 차별화된 점 중 하나는 가상의 개념을 실제처럼 생각해서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보았다. 즉, 국가, 부족과 같은 가상의 개념에 기반해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낸 것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 중 하나라는 이론이다. 
 
이 책은 권력이 복잡한 문명을 만들어내기 위한 필수요소라는 개념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인간의 협력의 정도가 복잡해 질 수록 관료주의로 대표되는 위계 질서는 어쩔 수 없는 필요약인가? 오늘날 전세계를 포괄하는 관료주의 체계의 효율성을 목격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개인의 자유란 먼 과거에나 가능했던 황금 시절 전설에 불과한 것처럼 느껴진다. 수렵채집사회, 부족사회, 족장사회, 국가로 고도화 된 인간의 협력 모델에 대안을 없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본 저서이다. 
 
인간의 자유를 이루는 세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 아무 때나 원하는 데로 사는 곳을 옮길 수 있는 자유
  • 지시된 명령을 따르지 않을 자유
  • 사회적 관계를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자유

 

이 세가지 자유는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사회적 관계를 새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 관계에서 발생하는 명령을 무시할 수 있어야 하고, 명령을 무시하려면 거주 이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저자들에 따르면 인류 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 사람들은 위 세가지 자유를 당연한 것으로 여겼다. 우리가 상당히 체계화된 국가로 생각한 많은 고대사회들에서 위 세가지 자유가 보장되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이 같은 개념의 자유를 억압 할 수 있는 국가(state) 역시 세 가지 개념을 중심으로 한다. 
  • 영토 안의 무력사용에 대한 독점
  • 국가의 구성원들에게 명령을 강제할 수 있는 관료주의
  • 카리스마에 바탕한 개인 및 단체의 경쟁
 
오늘날 우리가 보고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위 세가지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이것은 최근의 발전이다. 고대사회에서는 왕이라는  지위는 의외로 허약한 기반에 근거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아메리카에 존재했던 제국들은 위 세 가지 요소들 중 두가지 정도만을 조합해서 만들어진 체계이다. 때문에 인류학자들은 잉카, 마야, 올멕 문명을 우리가 생각하는 '제국'으로 봐야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했다.실질적으로 잉카나 북미 인디언들의 정치체계는 부족으로 보기엔 훨씬 고도화 되어 있고, 국가로 보기에는 강제력이 작았다. 
 
고대 사회를 들여다보면 볼 수록, 수렵사회->부족->족장->국가(왕)으로 이루어지는 국가의 진화적 단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즉, 위와 같은 모델화는 현실 증거에 기반하지 않고 이론적인 차원에서 만들어진 가상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저자들은 국가의 개념이 더욱 복잡해지고,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주장을 한다. 과거 역사에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자가 나타났을때 많은 사회에서는 이런 추세를 되돌릴 수 있는 정치체계를 고안해 왔다. 전체 인류의 역사로 보면 개인의 자유를 체계적으로 억압할 수 있는 고도화된 국가라는 개념은 예외에 가깝다. 
 
유럽인들이 북미와 남미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개인들이 유럽식 생활방식과 인디언식 생활방식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백인이든 인디언이든 관계없이)  인디언적인 생활 방식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들은 당시 백인들의 문명을 물질적이고 열등한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나 화폐가 사람들을 탐욕스럽게 만든다고 생각하였다. 
 
르제 지라르의 ‘Mimetic Desire’라는 개념과 이 책에서 탐구하고 있는 권력의 시작은 무척이나 관련이 깊다.  동물적인 욕구를 벗어난 인간의 추상적인 욕구는 모두 그 욕구의 대상 자체가 가진 가치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욕망을 모방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나, 권력과 화폐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저자인 David Graeber가 화폐의 기원을 밝히는 ’부채 그 첫 5,000년‘ 이라는 책을 집필했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두 저서 모두에서 화폐나 권력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인간 사회에 도입하기 위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많은 시간과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한다. 그런 개념들은 인간 속성과 문명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도입된 것이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명성과 돈에 과도하게 집중하고 있는 현대 자본주의 시민들은 전체 인류역사에서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속한다. 우리가 그와 같은 mimetic desire를 추구해서는 행복에 다다를 수 없는 이유가, 그 욕망이 생물학적인 진화에 기반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최소한 개인적인 차원에서라도 우리의 삶을 지극히 관념적인 목표를 추구하며 살지 않을 수 있는 근거를 여기에서 찾을 수도 있겠다. 
 
이 책을 통해 저자들은 강조한다.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지 않는 거대한 규모의 사회는 가능하다. 최근의 고고학적 인류학적 증거와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관점으로 검토하면 많은 인류의 정치체계들이 현재와는 다른 원리에 의해 조직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잘못된 생각을 근거로 우리의 상상력을 제약하고 있다. 보다 자유로운 사회체계를 만들기 위해 자유롭게 상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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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