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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5.19 Psychoanalysis and Zen Buddism
  2. 2019.01.14 돈후앙의 가르침

Psychoanalysis and Zen Buddism

2020. 5. 19. 09:55 from Lectura
 
  • 2020.5, Erich Fromm
 
기독교는 오랫동안 서구인들에게 삶에 대한 답변을 제공해 주었다. 이 세계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라는 질문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동시에 제공했다. 근대 계몽주의의 성공으로 이 세계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과학을 통해 제공되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기독교적 답변도 그 권위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프롬에 따르면 현대인의 정신적 위기는 계몽주의의 지나친 성공에 따른 이성의 비대화에 있다. 이성이 중세의 무지를 물리치고 과학을 발전시키고 자본주의와의 결합을 통해 폭발적인 생산성 증가를 이룩하자, 스스로 인간의 삶에서 최상위 가치 임을 선언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성만으로는 모든 삶의 질문에 답할 수 없다. 그렇다고해서 기독교가 제공하는 환상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다. 
 
존재의 한계를 깨달은 인간은 탈출을 시도한다. 방향은 두 가지. 퇴행하거나, 실존을 극복하고 ‘개인화’를 이루는 것이다. 퇴행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대략적인 형태를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 모성 고착: 필요를 모두 채워주던 어머니의 품으로 퇴행한다. 
  • 부성 고착: 아버지와의 동일화를 통해 분열을 극복한다. 
  • 죽음 지향: 주변의 모든 것을 소화하고 파괴하려는 충동.
  • 자아 강화: 끊임없이 자아를 확장하고 강화한다. 

 

이런 모든 형태의 퇴행이 현대의 소비주의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보라! 일하라는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일 중독 수준으로 생산적인 삶을 살고 이렇게 획득한 화폐를 소비함으로써 퇴행적인 만족을 얻는 것이 전형적인 현대 소비자이다. 우리는 식탐을 통해 주변 모든 자원을 소비하고 명품과 같은 물건을 소비하면서 자아를 강화한다. 광고를 통해 전해지는 모든 메세지는 단 한가지 ‘소비하라’.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은 우리의 모든 욕구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어머니이다.
 
이렇게 해서 현대인은 일/소비/과식 중독에 시달리게 되었다. 더 큰 문제는, 대중 소비주의로 인해 진정한 ‘개인화’를 위한 성장이 지연된다는 점이다. 이는 현대 사회가 일부분 조장하고 있는 면이기도 하다. 
 
  • Any society, in order to survive, must mold the character of its members in such a way that they want to do what they have to do; their social function must become internalized and transformed into something they feel driven to do, rather than something they are obliged to do.
 
즉, 사회는 개인에게 무엇이 합당한 행동/생각이고 무엇이 합당하지 않은 것인지를 내재적으로 강제한다. 끝없는 소비와 일의 일상에서 멤도는 현대인의 삶은 사회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내재화 한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에 의해 조건지어진 기계적인 반응을 벗어나야 한다. 실존을 극복하고 ‘개인화’를 통한 우주와의 합일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나르시시즘을 극복해야 한다. 자아의 한계를 깨닫고 현실 안에서 자유를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윤리적인 관점에서 선을 행하라는 것이 아니다. 퇴행적인 형태의 종교를 극복한 인간에게 선은 강제되어야 하는 어떤 것이 아니다. 그가 선을 행한다면, 그것은 선을 행하는 것이 세계와의 합일/행복/well-being 이루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자기중심주의와 탐욕을 극복해야 한다. 
 
  • Well - being means, finally, to drop one’s Ego, to give up greed, to cease chasing after the preservation and the aggrandizement of the Ego, to be and to experience one’s self in the act of being, not in having, preserving, coveting, using.
 
그리고 이와 같은 자아발전은 선이 추구하는 목표와도 일치한다. 
 
  • The achievement of the aim of Zen, as Suzuki has made very clear in his book, Studies in Zen, implies the overcoming of greed in all forms, whether it is the greed for possession, for fame, or for affection; it implies overcoming narcissistic self - glorification and the illusion of omnipotence. It implies, furthermore, the overcoming of the desire to submit to an authority who solves one’s own problem of existence. The person who only wants to use the discovery of the unconscious to be cured of sickness will, of course, not even attempt to achieve the radical aim which lies in the overcoming of repressedness.
 
정신분석학이나 선불교나 모두 자아의 변화를 추구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행복은 자아의 성숙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결국 파랑새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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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

돈후앙의 가르침

2019. 1. 14. 17:08 from Lectura



- 2017.8.28, 2019.1.14, 카를로스 카스타네다 지음/김상훈 옮김

이 책은 두 번을 읽었다. 첫번째 읽은 것은 2017년, 그리고 나서 최근 다시 읽었다. 처음 읽고 나서는 뭔가 중요한 이야기를 들은듯 한데 감상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그 이후 몇 종류의 책을 더 읽었는데, 이 책들이 두 번째 독서를 정리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각각 ‘Acid Dreams: The Complete Social History of LSD’와 ‘How emotions are made: The Secret life of the Brain’, 그리고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이다. 

일반적인 상태에서 우리는 외부 세계와 뇌를 통해 경험되는 내부 세계를 각각 분리된 실체로 인식한다. 외부 세계는 나와 분리된 상태로 존재하며 나의 상태나 인식과는 전혀 관련이 없고, 내부 세계는 내가 온전하게 통제권을 가지고 있는 전혀 별개의 체계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원론은 서구 사상의 기반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의심하거나 다른 체계를 생각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 때문에 외부의 실체가 우리의 의지에 의해 변화하고, 우리 인식이 특별한 상태가 되면 외부 실체가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허황되거나 환각에 빠진 것으로 생각한다.

LSD를 섭취하고 주관적인 현실이 변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70년대에 많은 사람들이 증언을 하였다. 감각의 왜곡 및 변이, ‘나'라는 주체가 사라지고 무한한 사랑을 느끼는 등…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고, 이런 변화가 삶의 나머지 과정에서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와 같은 이원론이 적용되기 힘든 경험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증언 하였지만, 이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는 70년대 이후 중단되었다. 새로운 해석은 뇌과학의 발달에서 비롯되었다. 새로운 이론에 따르면 외부 지각에 대응해서 세계에 대한 내부모델을 만들고 이를 지속적으로 갱신하는 것이 뇌의 주요 활동이다. 우리의 뇌는 지속적으로 외부 세계에 대한 예측을 수행하고, 이를 실제 지각자극과 비교한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에도 외부의 지각자극을  뇌가 ‘직접’ 경험하지 않는다. 뇌는 세계에 대한 내부모델을 통해서만 외부를 인식한다.  

  • -Simulations are your brain’s guesses of what’s happening in the world. In every waking moment, you’re faced with ambiguous, noisy information from your eyes, ears, nose, and other sensory organs. Your brain uses your past experiences to construct a hypothesis — the simulation — and compares it to the cacophony arriving from your senses. In this manner, simulation lets your brain impose meaning on the noise, selecting what’s relevant and ignoring the rest.   - How Emotions are Made

이런 경우 약물이나 훈련을 통해서 뇌의 ‘내부모델’을 수정하거나, 외부 자극을 해석없이 직접 접하게 되면 LSD를 통해서 겪는 많은 경험이 설명이 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내부모델’이 유일한 모델이 아닌 가능한 모델 중 하나라고 가정해 보자. 사람은 까마귀가 될 수 없고,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만일 이런 제약이 우리의 ‘내부모델’ 때문이라면? 다른 ‘내부모델’이나 혹은 ‘내부모델’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현실을 마주치면 이러한 제약이 없는 다른 ‘외부’가 존재한다고 가정한다면 어떨까?

이 책은 이와 같은 ‘대체현실’을 묘사하고, 저자는 이를 ‘비일상적 현실 상태’라고 명명한다. 

  • -'우리는 다른 세계들을 경험함으로써 스스로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되고, 그 결과 우리들 자신의 문화적 구조물과 다른 구조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진정한 세계가 실제로는 어떤 것인지를 불완전하게나마 언뜻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돈후앙의 가르침

‘비일상적 현실 상태’는 흔히 말하는 ‘향정신성 약물’의 섭취를 통해 가능해진다. 그것은 메스칼리토, 악마초, 특정한 종류의 버섯 등이다. 저자는 멕시코 야키 인디언을 만나 샤면이 경험하는 ‘비일상적 현실 상태'에 대해서 정리한 것이다. 이 세계에서는 식물이 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등장하고, 사람이 하늘을 날며, 악의를 품은 주술사가 내가 아는 사람으로 변신을 해서 해꼬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비일상적 현실 상태는 우리가 지각하는 현실과는 다르지만, 내재적인 완결성을 갖고 있다. 이것을 미개한 인디언 주술사들이 만든 체계라고 해서 단순한 환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근본주의 유대교에는 에루브(Eruv) 라는 개념이 있다. 성경에서 안식일을 지키라는 율법이 있는 반면 현대 사회에서는 안식일엔도 집밖에 나가서 일을 봐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선과 막대 등을 이용하여 가상의 벽과 문을 만들고 이를 실내로 간주하는 것이다. 에루브는 이를 위한 전반적인 체계를 의미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상의 집들은 끊임없이 관리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 일만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샤머니즘은 단순히 과학이 발전하기 전 미개한 단계의 문명에만 나타나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현상일까? 주술사란 이상한 주문이나 외우고 춤을 추며 환각성 약초를 사용하는, 현실에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는 과거의 약물 중독자 같은 존재였을까?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에루브와 과거 문명의 샤머니즘은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비일상적 현실 상태’의 진위 여부와는 관계없이 돈후앙이 전하는 삶의 지혜는 충분히 귀기울일 가치가 있다.

  • - 두려움은 전혀 나쁜게 아니라네. 두려우면 사물을 다른 방식으로 보게 되니까 말이야.
  • - 난 누구한테든 화를 내거나 하진 않나! 그 어떤 인간도 내 화를 돋울 만큼 중요한 일을 할 수는 없어. 누구한테 화를 낸다는 건 상대방의 행위가 중요하다고 느낄 때나 가능한 일이지. 난 더 이상 그런 식으로 느끼지 않아.
  • - 자, 그게 뭔지 얘기해주겠네. 그 길에는 마음이 깃들어 있는가? 이거야. 모든 길은 똑같다네. 어디로도 통해 있지 않지. 덤불을 헤치고 나아가는 길이든, 덤불로 들어가는 길이든 그게 그거야.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기나긴 길을 걸어왔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내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 건 아냐.


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