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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재 도덕경

2015. 3. 22. 11:27 from Lectura




- 2015.3, 노자/이석명 옮김


개인적으로 노장사상 알기의 일환으로 시작한 3부작 독서의 첫걸음. 도덕경, 장자, 열자의 순으로 읽어나갈 계획인데, 일단 도덕경을 완독했다. 


국가의 운영 철학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개인적인 수련 방법까지도 포괄하는 책이 아닌가 싶다. 중간 중간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구절이 있어서 영문 번역판을 대조해 가면서 보았는데, 이 ‘도덕경’ 이라는 책은 번역자에 따라서 그 해석이 무척이나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자에 따라 해석이 엇갈리는 부분 중 상당 수는 내공 수련을 의미하는 내용으로 해석하면 오히려 더 잘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곳곳에서 호흡법, Bandha를 암시하는 구절이 나타난다. 

 - 계곡의 신은 죽지 않으니 이게 바로 신비한 암컷의 모습(6장)

 - 숨을 들이쉬고 내쉼에 있어서 암컷처럼 고요히 할 수 있는가?(10장)

 - ‘구멍'을 틀어막고 ‘문’을 닫으면 평생 수고롭지 않을 것이나 구멍을 열어 놓고 일을 이루려 한다면 평생 완수하지 못할 것이네(52장)


물론 이와는 별도로 이 책이 국가운영 및 개인수양에 대한 책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하지만, 노자가 이야기하는 ‘도’가 워낙 애매하기 때문에 그 뜻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의 국가 운영론은 ‘도’와 ‘무위’ 이다. 백성을 억지로 누르거나 기준에 맞추어서 통제하려 하지 말고 그대로 놓아두라는 것이다. 군사를 통해 지나친 국토 확장도 꾀하지 말고, 국가를 작게 유지하라 등. 가만히 읽고 있으면 강아지를 기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같다. 강아지를 기르기 위해서는 주인의 원하는대로 강제할 것이 아니라, 강아지가 가진 본성에 가장 잘 맞는 형태로 기르면 문제점이 사라진다는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는 제목의 EBS 다큐멘터리가 생각난다. 


이 책을 통해서 나타나는 가장 근본적인 노자 사상의 특징은 역설 혹은 무위이다. 즉, 세상 사람들은 행복해 지기 위해 어떤 것(부, 명예, 권력)을 얻으려 하고 이를 얻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노자는 사람들이 각자 노력을 하면서 분쟁이 일어나고 다툼이 발생하고, 이는 결국 사람들의 행복을 방해한다고 본것 같다. 때문에 행복하게(도에 따라) 살기 위해서는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그쳐야 한다. 자연이 인간과 사물에 부여한 기본적인 질서(도)를 따라 사는 삶을 살아야 한다… 라고 본것이 그의 주장이 아닐까? 


역자도 지적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전해진 도덕경이 온전히 노자의 저작만으로 보기는 힘들다. 이는 최근에 죽간본이 발견되면서 더욱 확실해 졌다고 하는데, 시대를 거듭하면서 후대 사람들이 부분부분 첨가하거나 수정한 증거가 있다고 한다. 온전하게 문자적으로만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피르시그가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에서 이야기한 Quality와 ‘도’의 관계는 어떨가? 도의 특징에 대해서 노자가 한 묘사는 피르시그의 ‘Quality’와 상당히 유사하기는 하지만, 유사점은 그 정도에서 그치는 듯. 해석이 다양한 만큼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도덕경 읽기의 재미 중 하나 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원전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경우이고 나처럼 2차 해석에만 의존하는 경우에는 즐기기 힘든 묘미이다. 


전체적으로 참 뛰어난 경전이다.. 라는 감동을 얻지는 못했고, 해석의 여지가 열려있는 책이구나 라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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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