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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2015. 6. 23. 23:53 from Lectura




- 2015.6, 김정운 지음


교보문고 샘 단말기를 구매하고 처음으로 읽은 이북. 일단 이북 단말기인 샘 이야기를 좀 하자면, 아마존 킨들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성능을 보여주지만 그래도 사용가능한 정도는 된다. 다소간의 인내심을 가지면 못쓸 정도는 아니라는 이야기. 외국에 있는 관계로 한국에서 출간된 책을 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는데, 좋은 방법인듯 하다. 문제는 이북으로 출간되는 신간이 많지 않다는 것인데, 뭐 차츰 나아지겠지. 


에디톨로지라는 제목이기는 하지만, 한 주제를 가지고 밀도 높게 쓴 책은 아니다. 아마도 신문에 연재한 글들을 모아놓은 듯 한데, 전체적으로보면 다소 산만한 구성에 가깝다. 하지만, 풀어놓은 이야기들이 각각 재미있게 읽히고, 신선한 시각을 제시해주기 때문에 그게 반드시 단점이 되지는 않는다.


우선 제목인 에디톨로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해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 는 성경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창의성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구성요소들의 조합을 달리해서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한다. 이를 위한 기술이 편집 혹은 에디팅인 것이고 이를 잘하는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라는 주장이다. 내용 자체가 그다지 새로운 것은 없지만, 김정운 교수는 이러한 에디팅을 위한 기반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창의적인 작업은 단순한 에디팅이 아니라,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기반 데이터가 풍부하게 갖춰져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인 셈. 이를 위해서 자신의 대학원생 시절 DB를 활용해서 논문을 만들어냈던 일화를 이야기해주고 있다. 


우리가 천재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무에서 유를 개인의 힘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에디팅을 잘하는 사람들 중에서 시대적인 요구와 맞아 떨어진 사람이라는 시각도 무척 재미있다. 천재는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시대를 타고나야한다는 시각은 전적으로 맞는 이야기인듯 하다. 최근의 천재라고 불릴 만한 사람으로 스티븐 잡스를 예로 든 것도 재미있다. 하기는, 살아 있을때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사후 몇십년이 지나면 그를 둘러싸고 얼마나 많은 신화와 전설이 만들어질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어떻게 천재가 만들어지는가 바로 우리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독일에서 학위를 딴 이야기와 함께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학계의 미국학계 종속 현상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던 문제점이지만, 여전히 해결이 요원해 보이는 것 중의 하나. 김정운 교수가 심리학 전공인지는 몰랐는데,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안정된 교수라는 자리를 집어던지고 일본으로 가서 전혀 새로운 영역인, 그림 그리기를 배우고 있다는 점. 자신의 상황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김정운 교수의 이야기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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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