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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킹덤의 기사

2019. 2. 27. 10:06 from Lectura



  • 2019.2, 조지 R. R. 마틴/김영하 옮김

떠돌이 기사, 맹약 기사, 신비 기사 등 세 개의 중편으로 이루어진 소설.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몇 백년 전의 이야기이다. 조지RR마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잘 만들어졌다. 흥미로운 전개부터 독자의 예상을 넘어서는 결말들까지. 현대 장르소설로서 이룩할 수 있는 완성도의 상한선에 다가선 작품들이 아닐까 한다. 한 가지 아쉬움은 세 편의 중편은 너무 짧아서 금방 읽어버린다는 점. 

기사(Knight)라는 원형(Archetype)을 표현한 장르소설에서 신화를 읽어낼 수 있다. 특히나, 현대의 독자에게도 강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이야기라면 그 주인공이 현대 원형 중 하나라고 해석 하는 것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덩크의 매력을 분석해 보면 실마리가 나타날 것 같다. 
 
  • 물질적인 가치를 쫓거나, 실리를 따져 행동하지 않는다. 
  • 기사도라는 행동 지침에 일치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 옮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기 위해 어려움이 예상되더라도 피하지 않는다. 

여기서 기사도란 왕에서 봉신으로 이루어지는 중세의 위계질서를 따르면서도 약자에 무관심하지 않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행동지침을 의미한다. 중요한 것은 위계질서를 맹목적으로 따르지도, 약자를 위함 삶을 살기 위해 위계질서를 부정하지도 않는 것이다. 그들은 지배층의 일원이면서도 소외받는 자들을 위해 봉사한다. 기사도란 그 시초부터 상반된 원칙을 지향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규정할 수 없는 지침인 것이다. 현실과 마주치면 기사도는 늘 틈을 드러내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기사도에 일치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하는 것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완벽하게 조화시킬 수 없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방식이며, 그렇게 사는 것만이 의미를 가진다. 

지나치게 합리적이며 효율적인 방식을 숭배하는 현대인들은 기사도에 대응되는 ‘임원도(executive code)’를 만들었을법도 한데, 아직까지 들어본 바는 없다. 현대에서 생산하는 것은 기업이지만, 약자를 보살피는 업무는 정부가 되었다. 때문에 기업인들은 약자에 대한 배려없이도 정당성을 갖게 되었다, 세금만 잘 낸다면. 하지만 발생하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생산적인 일을 전담하는 기업 내부에서 약자에 대한 고려는 아예 그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는 점이 아닐까 싶다. 바로 이 것이 월급을 받아 생활하는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조직내부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지 못하는 근본원인이 아닐까?   

현실적인 기준으로 보자면 약삭빠르지도 않고 순진한 사람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결론적으로는 대단한 모험들을 이루어낸다. 그리고 그의 모험을 따라간 나는 순수한 즐거움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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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