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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1.25 매달린 절벽에서 손을 뗄 수 있는가?




- 2015.1, 강신주


‘무문관’ 48개 화두에 대해 철학자 강신주가 정리한 이야기.  ‘감정수업'과 마찬가지로 48개의 꼭지로 이루어져있고, 한편씩 찬찬히 읽어볼 수 있어서 책 읽기가 힘들지는 않았다. 강신주는 ‘무문관’을 바라보는 관점을 ‘주인 되기’ 라는 키워드로 해석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의 ‘나’가 되는 것을 선사들의 깨우침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일단 혼란스럽기만 한 화두들을 몇 가지의 틀에 맞추어 풀어 준다는 점에서 이해가 쉬운 면이 있다. 또한 화두를 풀어주는 배경에 있는 다양한 불교관련 이론의 소개와 종파에 대한 설명 역시 생각지 않게 얻을 수 있었던 수확. 아마도 강신주의 ‘무문관’을 가장 대표적으로 표현하는 화두는 제12칙인 ‘암환주인'이 아닐까 싶다.


 - 서암 사언 화상은 매일 자기 자신을 “주인공!”하고 부르고서는 다시 스스로 “예!”하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깨어 있어야 한다! 예! 남에게 속아서는 안 된다! 예! 예!”라고 말했다.


깨닫는 것은 내 앞에 존재한 모든 사람들의 권위에 굴복하지 않고,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매일매일 이를 되새겼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매일매일 살아가기 위해서 많은 것들에 의존하면서 살아간다. 살아가기 위한 규칙들을 배우는 것이 인생 전반기를 모두 차지한다. 하지만 이렇게 얻은 규칙들은 성인이 된 이후 ‘나’로 살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죽은 관념이 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우리는 어렵게 얻은 규칙들을 파괴 해야만한다. 이걸 하지 못하면 남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에 따라 사는 손님이 되버리고 만다. 


니체의 당나귀, 사자, 아이의 비유는 그대로 이 책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계속해서 강조되는 것은 과연 ‘파괴’를 할 수 있는 ‘사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야 우리는 아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실제로 삶 속에 이런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겠지만, 나만의 ‘무문관’을 찾기 위한 시작으로는 좋은 길잡이로 보인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을 읽고 나서 예전에 읽었던 ‘괴델, 에셔, 바흐’를 다시한번 들춰봤는데, 여기 나온 공안들의 대부분 무문관에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괴델..’ 에서는 공안의 목적을 주체와 객체의 이원론을 극복하기 위함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매달린..’과 다른 강조점이면서도 무문관이 이 책만으로는 설명되기 힘든 깊이를 갖고 있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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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