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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심리상자

2020. 4. 24. 16:49 from Lectura
 
  • 2020.4, 유영수 저
 
2014년에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때 너무나도 친숙한 느낌을 받아 놀랐다. 깨끗한 버전의 한국같은 느낌? 결국 한국의 근대화는 일본의 영향력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본이 요즘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어떤 의미로든 한국 근대의 롤모델이었던 일본이 이제 정점을 지나 쇠락의 길을 걷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이고, 우리가 그 길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뭔가 다른듯 한데, 정확하게 그 다른 지점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던 일본에 대해서 깊이있게 알아보기 위해 선택한 책. 지나치게 학구적이지 않으면서도 신변잡기만 늘어놓지 않아 좋았다. 대인공포증, 나카마(친구), 공기 읽기, 아이소 와라이(억지미소), 전차남, 중년동정남, 가베돈, 대세 따르기, 와라간(더치페이), 맞장구 문화, 독박육아, 소년 야구 등의 키워드를 통해 일본인과 문화를 분석한다. 
 
겉과 속이 다르다거나, 친절하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같은 표면적인 일본인의 특징은 넘어서, 많은 일본인들이 그와 같은 특징을 공유하는 근본 문화, 역사적인 이유가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읽었다. 앞으로 추가적인 독서가 이루어진다면 바뀔 수 있겠지만, 일단 현재까지 내가 얻은 결론은 다음과 같다. 
 
  • 잦은 재해로 인해 기본적인 생존의 문제가 실질적인 중요성을 갖게되었다. 
  • 일본 문화는 개인의 생존을 집단에 의지하는 형태로 발달했고 이는 개인주의 발달의 지연을 가져왔다.
  • 집단주의가 우선 시 되면서 수직적인 관계의 중요성이 극단적으로 강조되었다. 
  • 이로인해 가정 교육은 개성을 기르기 보다는 집단에 순응하는 법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영향을 받았다.
  • 때문에 모든 단계의 인간 조직에서 상하관계가 중요해졌고, 이를 피상적인 과도한 예의라는 형태로 승화시켰다. 
 
현재 일본 사회가 가지고 있는 거의 대부분의 폐해는 위의 논리로 설명이 되지만, 그냥 내 개인적인 가설이다. 
 
상하관계의 중요성과 피상적인 예의라는 부분은 ‘기생충’의 이선균이 가진 입장과 무척이나 유사한 면을 보인다. 예의는 차리지만 선은 넘지 않으면서 각자의 자리를 지키는 사회. 특히나 지배층 입장에서 매력적일듯 하다. 본질적으로 불평등하면서 야만적이지만 겉으로는 세련된 인간관계라고 포장할 수 있으니까. 
 
다른 측면으로는 다양성이 부족하고 지나친 효율의 강조로 오히려 비효율이 발생한 상태랄까. 생각해보면 세상 만물이 100%의 효율로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한듯 싶다. 100% 효율이란 관점은 즉 조직/개인의 모든 자원이 단기적인 성과에 집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중장기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고려하기 힘든 상태이고, 단기적으로는 이런 상태가 최적일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의 부족으로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는 패턴 아닐까? 빅토르 위고가 레미제라블을 통해 한말 ‘능란함만 있는 곳에는 째째함이 있다’와도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물론 일본 사회가 가진 특징이 무조건 나쁜 것만을 아닐 것이다. 요즘 일본의 단점이 부각되는 이유는 부패한 정치와 조직문화 때문일 것이고, 위의 분석은 그러한 부패한 정치가 유지되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이다. 
 
자연재해와 일본문화의 특징을 연관 짓는 가설을 확인하기 위한 사족. 인터넷에서 100년 동안의 지진발생 빈도를 기록한 아래 그림을 찾았다.  
 
재미있게도 가장 지진이 빈번한 환태평양 지진대에서 어느 정도 단일한 문화를 오랫동안 유지하면서 근대화를 이룬 국가로 일본, 뉴질랜드, 필리핀 정도가 눈에 띈다. 근대에 와서 상당한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정치적으로 완전한 민주화에 한계를 보였다는 점에서 일본과 필리핀의 유사성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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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중년하플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