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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a

첫 권만 재미있는 SF소설들..

by 중년하플링 2014. 7. 29.

새로운 아이디어와 빠른 전개로 손에 쥐자 마자 후루룩 읽어버렸는데, 막상 다음 권을 읽자마자 지루해서 도저히 독서를 이어나갈 수 없을 정도가 되어버린 책들이 몇권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울(wool) 시리즈', '헝거게임', 그리고 최근에 읽은 '본(Bone) 트릴로지'가 바로 그런 시리즈입니다. 


지난 주에 읽은 '인피리어'는 본 시리즈의 첫 번째 권인데 정말 재미있는 페이지터너입니다. 트루먼쇼를 연상시키는 배경에 주인공의 성장기가 결합되었는데, 손에 잡고 한 이틀만에 몰아서 읽어버린 듯 합니다. 뒷 이야기도 있다길래 궁금해서 바로 주말에 2편인 '디저터'를 빌려왔는데, 도저히 다 읽지 못하고 중간에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분명 1편과 이어지는 내용이고 전편에서 미궁에 쌓여있던 '루프'의 세계를 여행하는 내용으로 재미있어야 할텐데, 너무 지루하더군요. 등장인물은 여전히 계속해서 사건에 휘말리고 뭔가가 바쁘게 이루어지는데 대부분의 사건들이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클리쉐들이서 서스펜스가 느껴지지 않고, 정작 큰 이야기의 흐름은 지지부진합니다. 


이걸 읽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렇게 첫편만 재미있는 시리즈가 좀더 생각나네요. 대표적으로 '헝거게임'. 이 역시 1편은 그 참신함으로 한숨에 읽어버렸지만, 후편 부터는 술술 읽히기 보다는 주인공이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서 읽게되는 책이었습니다. e-book으로 인기를 얻었다는 '울' 시리즈도 마찬가지구요. 


어쩌면 이런 작품들이 늘어나는 것은 출판계가 지나치게 잘 상업화되었기 때문일 수 있을듯 합니다. 신인작가가 독특한 아이디어로 처녀작을 만들어내면 출판사들은 그 작가로 부터 후속편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게되는데, 이런 작가 쥐어짜기가 너무 효율적이 되어, 새롭게 할 이야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후속편을 쓰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1편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보다는 성공한 1편에 기대어 인물과 스토리를 짜내는 것 처럼 느껴지는 걸 보면 말이죠. 


시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지만 훌륭한 작가와 그저그런 작가를 구분할 수 있게 해주기도 합니다. 하긴 작가 뿐일까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치는 많은 것들도 긴 시간의 흐름에서 보아야 더 잘 보이는 것들이 많죠. 매일매일은 그저 끝없이 반복되는 소소한 사건들의 연속처럼 보이지만, 그 기저에는 보다 긴 흐름의 추세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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