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ney & Power/통신서비스 시장의 방향

美 통신 시장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디즈멀 사이언티스트

by 중년하플링 2004. 7. 30.

[통신] 美 통신 시장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디즈멀 사이언티스트

[편집자註] 美 경제 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이코노미닷컴이 운영하는 디즈멀 사이언티스트는 최근 美 정부가 UNE-P 프로그램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승복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을 계기로 통신 산업이 세간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역 전화 사업자들이 보유한 망을 경쟁사에 저가에 임대해 주도록 규정한 美 FCC의 방침이 옳지 않다는 법원의 판결은 사실상 지역 전화 사업자들의 망 임대료 결정권을 인정한 것이어서 지역 전화 시장에 진출하려는 장거리 전화 사업자들에게는 큰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하지만 디즈멀은 통신 시장에 불고 있는 진정한 변화는 단지 UNE-P 프로그램의 변화 때문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휴대전화 및 인터넷 전화와 같은 신기술의 서비스가 기존의 유선 전화를 위협하고 있는 새로운 경쟁의 양상이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 하는 지적이다.

디즈멀은 舊기술과 新기술간의 대립을 계기로 최근 전개되고 있는 통신 서비스 시장의 경쟁 양상은 소비자들은 물론이고, 舊기술의 사업자가 新기술로 이전하기 위한 과정에서 단행하는 막대한 투자 덕분으로 국가 경제에도 매우 큰 이익을 제공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 참고기사-"Revisiting Telecom", The Dismal Scientist, Jul. 1, 2004.


다시 주목받고 있는 통신 산업

통신 관련 기사가 다시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최근 美 지역 통신 사업자가 보유하고 있는 전화망을 경쟁사에게 저가에 임대해 주도록 한 종전의 규정이 잘못된 것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탓이다. 하지만 이는 작은 부분에 해당되는 것일 뿐, 실제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새로운 통신 기술이 시장 경쟁을 촉발시키며 소비자나 경제에 이롭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달 초, 부시 美 대통령은 지역 전화 사업자들이 보유한 망의 임대와 관련한 정부 규정이 잘못됐다는 항소법원의 판결에 상고하지 않을 것임을 밝힌 바 있다. 그러자 AT&T 등과 같이 지역 전화 사업자들의 망을 저가에 임대해 사용해 왔던 경쟁사들은 대법원에 긴급 상고 소송을 제출했다. 하지만 美 법무부나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참여하지 않은 채 대법원이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996년 통신법이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지역 전화 사업자인 베이비벨 업체들과 이들의 경쟁사들은 지역 전화 서비스 시장의 경쟁 촉진을 위해 망 임대 정책이 변해야 하는가를 놓고 논쟁을 벌여 왔다. 그러던 와중에 지난해 FCC가 장거리 전화 사업자들에게 유리하도록 만든 통신법 개정안에 대해 법원이 다른 결정을 내린 것이다.

물론 법원의 판결로 미국의 망 임대 정책에 급격한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사실상 이번 판결로 망 임대료에 대한 권한이 지역 전화 사업자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 것은 사실이다. 비록 버라이즌을 포함한 기존의 지역 전화 사업자들이 올해 말까지는 망 임대료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이들은 망 임대료의 현실화 방안을 선택한 상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AT&T는 일부 지역에서의 지역 전화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망 임대료 상승으로 장거리 전화 사업자들이 지역 전화 시장에서 철수가 불가피할 것이고, 이는 기존의 지역 전화 사업자의 수익성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미 지역 전화 사업자들은 한층 진보되고 효율적인 기술에 의해 위협을 받고 있다.

신기술의 등장

UNE-P로 알려진 美 정부의 망 임대료 정책은 시장 경쟁의 활성화를 유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투자를 이끌어 내는 데에도 비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실제 불확실한 규제 환경과 자신의 망을 경쟁사에게 저가에 임대해 주어야 하는 시장 환경은 지역 전화 사업자들의 투자를 이끌어내는데 장애물로 작용했다. 더욱이 기존의 망 임대 정책은 지역 전화 사업자 외의 경쟁사들의 투자를 이끌어 내지도 못했다.

지난 90년대 후반 이후 지역 전화 사업자들의 경쟁 업체들은 지역 전화 사업자들의 망을 빌려 전체 시장의 10%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리고 지역 전화 서비스 요금은 일반 서비스 요금의 상승률보다도 빠른 추세로 상승했다. 이와 함께 전체 시장의 크기는 신기술의 등장으로 차츰 작아지기 시작했다. 지난 3년 동안 지역 전화 회선은 1,000만 회선 이상 감소하며 1억 8,100만 회선으로 줄어들었다.

가장 큰 위협이 된 것은 모두 6개의 사업자가 경쟁을 벌이고 있는 휴대전화 서비스 시장으로 유선 전화 사업자들의 시장을 서서히 잠식해 나가고 있다. 현재 미국 내에는 약 1억 6,500만 명의 휴대전화 가입자가 존재해, 10년전의 2,000만 명보다 8배 이상 증가했고 1년전에 비해서는 13%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휴대전화 서비스의 품질은 더욱 개선되고 있는 반면 요금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아직 시장 비중은 크지 않지만 케이블 망을 이용한 전화 서비스도 기존의 지역 전화 사업자들을 위협하고 있는 요인 중 하나이다. 케이블 전화의 회선 수는 지난 3년간 3배 이상 증가했다. 케이블 전화 역시 기존 전화 사업자들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또한 케이블 전화 사업자들은 초고속 인터넷 시장에 대한 우위를 바탕으로 전화와 인터넷의 번들링 서비스로 고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기존의 지역 전화 사업자들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은 바로 인터넷 전화(VoIP)이다. 인터넷을 통해 음성 신호를 디지털화된 패킷 형태로 보내는 기술인 VoIP 기술은 저렴한 요금과 편리한 사용에 대한 이점으로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국제 전화의 12% 가량이 인터넷 전화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보니지社와 같은 인터넷 전화 사업자들은 월 30달러만 지불하면 지역 전화와 시외 전화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통해 가입자 규모를 급속히 늘리고 있다.

소비자, 기업, 국가에 모두 득이 되는 경쟁

휴대전화, 케이블, 그리고 인터넷 전화야말로 통신 서비스 시장의 경쟁을 촉진시키고 사업자들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망 임대료 정책의 변화가 전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틀림없으나, 사실 시장은 신기술 등장으로 촉발된 경쟁 양상에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이처럼 시장 내 경쟁 압력이 증대되고 규제와 관련된 현안들이 해소되면서 기존 사업자들은 점차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지역 전화 사업자인 SBC커뮤니케이션스社는 향후 4년간 광섬유 네트워크를 구축에 40~6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지역 전화 사업자들은 화상 전화 서비스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보다 앞서 버라이즌社도 광섬유 네트워크 구축에 1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고 벨사우스社도 내년 중으로 화상 전화 서비스를 시험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프린트社도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위해 1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결과적으로 美 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불고 있는 경쟁의 바람은 신기술의 등장에 따른 효과라 볼 수 있다. 더 나아가 최저의 비용으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각 사업자들의 번들링 전략 채택은 이제 일반적인 추세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소비자들에게는 물론이고 국가 경제의 측면에서도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김영필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