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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ctura

[책읽고정리하기] 동굴

by 중년하플링 2006. 8. 7.

오래간만에 [책읽고정리하기]를 다시 시작한다. 한동안 뜸했었는데, 지난주 말쯤 일하다가 지겨워져서 지나간 [책읽고정리하기] 를 읽어보니 시간을 들인만큼의 가치는 있겠다 싶어... 힘 닿는데까지 꾸준히 적기로 했다.

즐겨읽는 SF내지는 실용적인 책을 읽기에도 좀 지겨워져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을 고르자고 마음먹었다. 요즘 부쩍 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늘었는데, 예전에 신화에 대한 책을 몇권 연달아 읽은 것도 바로 그 관심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결론적으로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았지만, 이 부분은 나에게 문제가 있는지 책에 문제가 있는지 아직 불명확하기 때문에 잠시 보류...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보고 판단해야 겠다.

여하튼, 그런 이유로 주제사라마구의 책을 집어 들었다. 예전에 '눈먼 자들의 도시'를 워낙 재미있게 읽은 기억도 있고해서 고른 책이 바로 이 동굴...

제목이 암시하듯 이 소설은, 동굴 속에서 밧줄에 묶인 채 벽에 비친 그림자를 실재라고 생각하며 사는 수인(囚人)들에 관한 플라톤의 동굴 비유를 센터라는 물질문명의 정수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로 되살려낸 작품이다.

yes24의 책소개에 있는 글이다. 뭔가 느낌이 확 오는듯 하여.. 구매하였다. 웬지 지금 살고 있는 세상이 혹은 삶의 허무를 날카롭게 파헤쳐 줄것 같은 소설이었는데, 결과적으로 플라톤의 동굴 자체에 대해서는 책 끄트머리에 잠깐 이야기가 나온다.

그렇다고해서 저 책소개가 거짓부렁은 아니고...

전체적인 구성은 위의 책소개에 있는대로이고, 이는 어떻게 보면 좀 뻔하다 싶을 정도이기 때문에 별다른 감상이 없다. 자본주의의 물질적인 속성, 비인간화, 전통을 고수하면 살아가는 방식과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물질만능주의가 서로 만났을때 생기게 되는 갈등들... 등등..

오히려, 이런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등장인물들이 겪게되는 소소한 일상에서 더 의미있는 말들을 찾을 수가 있었다. 지금 옆에 책이 없어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기억을 되살려서 인용해 보자면..

- 복잡하게 표현해야 하는 감정은 진실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 조직에서 살아가는 사람은모든 걸 결정할 수 있는것 같이 행동하지만, 알고 보면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이야기(이건 마치 내 이야기 같다)

- 모든 것은 상상력에서 시작된다는 말.

- 음.. 생각이 안난다..--;

여하튼 곰곰히 곱씹어볼만한 구절들이 꽤나 많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순간 벌써부터 이 책을 다시한번 꼼꼼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난 얼마나 글을 건성으로 읽고 있는것일까? 그러고보면 책 빨리 읽는 것도 병이다. 뭐 덕분에 좋은 책은 두번씩은 읽지만, 그렇게 해서 장점을 보지 못하고 스쳐간 책이 또 얼마나 많겠는가?

현대의 자본주의화된 생활방식에 대한 통찰은 번뜩이지만, 결론적으로 그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대안은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이건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사회과학서가 아니라 소설책이니까. 최소한 내가 살고 있는 삶의 삭막함과 무미건조함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게 해주지는 않겠는가? 소설속의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삶이 그림자에 지나지 않음을 깨닫고 여행을 떠나듯이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