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ctura

[책읽고정리하기]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

중년하플링 2006. 4. 14. 17:22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 -배기찬

노무현 대통령이 읽고 권장했다는 책이다. 그래? 한번 읽어볼까 싶어서... 집어들었다.

지난번 '칼의 노래' 이후 노대통령의 독서 취향에 공감이 가는 바가 있었던 모양이다.

기본적으로 삼국시대 이후의 우리나라 역사를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힘겨루기로 인식하고 그 틀에서 지나간 역사적 사실들을 재구성한 책인데,임진왜란 이후의 정세분석이 참 잘 정리되어 있다.이 시대에 대해서 지금까지 내가 읽은 책 중에는 가장 흥미진진하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이 책은,국사책에서 뜬금없이 벌어지는 조선말기의 무슨 군란이나 정변이니 하는 것들의 배경에 어떤 정치적 함의가 있었는지를 패권국 사이의 세력대결이라는 시각에서 설명해주고 있는데, 왜 진작 이런 글이 국사책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해석'이 국사책에 실리기는 어려웠겠지만, 반대로 최소한의 '관점'도 없는 단순한 사건의 나열은 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도 고역이 아닐까?

간략하게 책 내용을 요약하면..

한반도 주변에는 4개의 큰 세력이 존재하는데, 그것은 각각 중국으로 대표되는 대륙의 문명세력, 여진족이나 몽고기병으로 대표되는 대륙의 유목세력,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어지는 해양패권세력, 일본으로 대표되는 해양세력 등 4가지의 힘이 한반도에서 대립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시각을 가지고 볼때 조선말기의 4개 세력앞에서 희생당한 사례를 통해 현재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4대 열강의 갈등을 어떻게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인가가 저자의 주요 문제의식이다.

해결책으로는..

돌고래와 같은 중소국화와 이를 통한 스위스와 같은 중립국화이다.

오래간만에 국제정치에 대한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을 집어들게 되어 뜻깊은 경험이었다. 김정란 교수가 신화란 무의미한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는데, 이런 국제정치관련 서적도 어떻게 보면 무의미하기 그지없는 우리의 일상이 어떻게 거대한 변화의 역사와 관련되는 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신화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고, 전도서의 말마따나 현인이나 맹인이나 하루앞을 못내다보기는 매한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앞에 닥친 생존의 문제를 넘어선 거대한 흐름을 잠깐 옅보는것 만으로도 일상의 비루함을 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에 점수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