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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고정리하기] 장영란의 그리스신화

중년하플링 2008. 1. 6. 20:42

2008.1

작년 초겨울에 북페어에서 5,000원에 산 책. 정가는 무려 18,000원... 화려한 도판과 두툼한 종이만 보더라도 본전은 나오겠다 싶어서 산 책인데 읽고보니 5,000원 가치는 충분하지만 18,000원에 샀다면 다소 아까웠을 수도 있겠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을 들자면, 그리스 신화를 이야기로만 전달하는게 아니라, 신들의 속성과 그러한 신들의 위치가 결정되게된 문명사적인 이유, 고고학적인 증거 등을 동원해서.. 신화라는게 소설처럼 누군가의 머리속에서 한순간에 나타난것이 아니라, 나름의 역사적 배경과 진화의 과정을 통해 변화해간 흔적이라는 사실을 알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진화 신화학이랄까.. 때문에 신화의 해석에 있어서 하나의 판본만을 보고 그 배후에 있는 의미를 서투르게 단정하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그리스신화의 최고신인 제우스는 기본적으로 날씨의 신이다. 그는 천둥, 번개, 벼락을 무기로 삼아 자신보다 앞서 있었던 자신의 아버지신을 무찌르고 올륌포스 최고의 신이 되었는데.. 여기서 저자는 어떻게 보면 다소 중요성이 떨어지는 듯한 날씨의 신이 최고신이 된 것을 두고.. 제우스를 섬기던 지역의 문명이 그리스에서 주도적인 세력이 됨에 따라 이들이 섬기는 신도 마찬가지로 지위가 올라간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제우스와 티탄족등의 싸움은 단순한 신들사이의 전쟁이 아니라 각 신으로 산징되는 문명사이의 경쟁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은 '아발론 연대기' 에서 김정란 교수가 계속해서 주석으로 단, 청동기 시대 켈트인들이 숭배하던 어머니 여신이라는 존재가 철기시대를 거치면서 부정적으로 축소되고 남성들에게 그 역할을 물려주지만, 신화속에서 예전의 자취를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이런 식으로 신화를 해석하는 것이보다 넓은 관점에서 풍부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하지만 이렇게 신화를 읽기 위해서는 그 역사적, 문명사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해박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으므로, 일반인들이 이야기를 딱 듣고 그 의미를 밝히기에는 역시 쉽지가 않은듯싶다.

이론서 처럼 깊이있게 다루지는 않지만, 그리스신화 전반에 걸쳐서 단순한 이야기로써가 아니라 말그대로 신화로 읽는 길잡이 역활을 한다는 점에서 내가 기존에 읽었던 다른 그리스신화를 설명하는 책들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되면서 그 가치가 있는 책인듯 싶다. 화려한 도판과 그리 길지 않은 본문들도 읽는 즐거움을 배가 시키는 요소이다.

책장에 꽂아 놓으면 확실하게 '뽀대'가 나는 책!